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단지들이 재건축 첫 관문인 정밀안전진단을 취소하거나 미루고 있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이 재건축 추진에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 8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 24일 안전진단 평가를 취소해달라는 요청서를 양천구청 측에 보냈다.

8단지 준비위는 이 공문에서 “운영진의 회의와 소유주 설문 결과 사업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양천구청에 제출한 소유주들의 (안전진단을 위한) 예치금을 반환해달라”고 했다.

양천구청은 목동 8단지 안전진단 용역발주를 위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받으려면 주민들이 비용을 모아 관할 구청에 예치금을 맡기고 민간 정비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관할 구청이 소유주들의 예치금을 반환하면 안전진단 진행 비용이 사라지는 만큼 안전진단은 자동 철회된다. 목동 8단지 준비위 관계자는 “총선 후 설문조사를 해보니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일정을 연기하는 게 낫다는 주민 의견이 85%로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재건축 단지들의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에 C등급(재건축 불가)을 준 삼림엔지니어링의 안전진단 업체 낙찰이 유력하다는 소문도 주민들의 취소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총 2만7000여 가구에 이르는 목동 14개 단지는 8단지를 포함해 모든 단지가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첫 타자인 목동 9단지와 6단지가 작년 말과 지난 3월 각각 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통과)을 받으면서 목동 재건축 시장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안전진단 D등급을 받으면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사만 통과하면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 목동 5, 11, 13단지는 안전진단을 받고 있다.

하지만 총선 후 목동 지역 주민의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아직 안전진단 용역발주를 하지 않은 목동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공고 일정을 미뤄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총선 후 목동 재건축 장기화가 점쳐지고 있다”며 “D등급인 목동 6단지와 9단지도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D등급을 받았던 서울 오류동 동부그린아파트는 작년 10월 적정성 검사에서 C등급 판정을 받아 사업이 무산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목동 재건축 단지 매매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양천구 집값은 4월 넷째주 기준 0.06%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