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가 “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정점을 지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봉쇄조치로 중단된 경제를 재가동하기 위한 종합방안을 다음주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바이러스의 정점을 지났다”며 “바이러스가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이젠 햇빛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존슨 총리는 이달 초 상태가 악화돼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그는 업무에 복귀한 뒤 이날 처음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영국 정부 최고과학자문관인 패트릭 발란스 박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염자들의 바이러스 전파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입원 환자와 중증치료병상 환자들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파율이 1 이하로 떨어져 0.6~0.9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파율은 감염자 한 사람이 감염시키는 사람 수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2만6711명이다. 세계에서 미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전날 대비 674명 늘었다.

이에 대해 존슨 총리는 “정부는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산을 박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지금 단계에서 다른 나라들과 사망자 수를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봉쇄조치 시행이 늦었다는 현지 언론들의 잇단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존슨 총리는 각종 봉쇄조치로 중단된 경제를 재가동하기 위한 종합방안을 다음주께 내놓기로 했다. 그는 “개학부터 출퇴근 등 경제 재개를 위한 종합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봉쇄조치가 언제 해제될 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영국 정부는 오는 5월7일까지 휴교와 외출금지, 상점폐쇄 등 봉쇄조치를 연장했다. 존슨 총리는 “바이러스 하향세가 지속적이며 일관적이고,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검사역량 등이 갖춰지는 시점에 봉쇄가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에 종합계획을 발표할 때 구체적인 날짜도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존슨 총리는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영국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공식적으로 권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정부는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감염을 막는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왔다. 존슨 총리는 “과학적 이유와 함께 사람들이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마스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