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가 가장 미워한 랠리'
24일간 34%가 내린 뒤 28일간 34%가 다시 올랐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진 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움직임입니다.

덕분에 지난 4월은 미국 증시에 가장 좋은 달 중의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월간 상승 폭을 기준으로 33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대단한 랠리였습니다. 하지만 실물경기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상승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월가 금융사들도 이런 강한 랠리를 예상하지 못한 곳이 대다수 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가 가장 미워한 랠리'
CNBC는 30일(현지시간) "월가 대부분의 미움을 받은 랠리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했을 뿐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죠. 다들 이런 급등세를 예측하지 못한 탓에 곤란을 겪었겠지요.

제가 아는 월가 사람들도 여전히 이번 랠리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향후 바닥을 한 번 더 확인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 이들도 상당합니다.
지난 27일 S&P500 지수 2863에서 숏에 베팅했다고 밝힌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증시가 3월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3월23일 뉴욕 증시가 저점을 찍은 뒤 <늘어나는 바닥론 vs “충격은 이제 시작”>라는 기사(한국 시간 3월24일)를 내보냈습니다. 낙관론자인 A, 그리고 비관론자인 B의 주장을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가 가장 미워한 랠리'


오늘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생각이 엇갈렸습니다. 다시 그들의 논쟁을 들어봤습니다.

B(비관론자) : 이건 베어마켓 랠리일 뿐이야.

미국 경제의 주축인 소비 수요를 봐. 오늘 나온 3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7.5%(계절조정치) 감소했어. 1959년 이후 약 60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어. 이런 수요로는 기업들이 버틸 수가 없어. 1인당 1200달러를 나눠줬다고 해도 이게 수요로 이어지진 않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지난 2001년, 2003년 지금처럼 돈을 나눠줬지만, 결국 25%만 소비가 됐어. 나머지는 저축됐지

기업들이 지금은 급여보조프로그램(PPP) 등 정부가 나눠주는 대출을 받아 연명하고 있어. 경제가 재가동되면 다시 소비가 생기면서 매출이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

하지만 그건 기대일 뿐 이야. 누가 경제가 재개된다고 바로 레스토랑이나 술집에 가고 극장이나 스포츠 경기를 보러가겠어. 이런 충격은 최소 1년은 갈 것이야. 그것도 2차 유행이 없었을 때 얘기지.

오늘도 허츠렌터카, 체사피크에너지, J크루 등 기업들의 파산설이 잇따라 나왔어.
과연 기업들이 계속 버틸 수 있을까. 올 여름쯤이면 손을 드는 기업들이 줄을 이을 것이고, 뉴욕 증시는 다시 한 번 바닥을 확인할 것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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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넌 지금 하나의 사실을 망각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시장과 경제는 달리 움직인다. 각각의 논리가 있어.

시장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났어. 최악의 뉴스는 더 이상 없다고.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제 피크를 지나가고 있어. 미국뿐이 아니야.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도 마찬가지야. 미 연방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준수는 오늘(30일)로 끝났어. 이제는 경제 재가동만 남았어. 뉴욕 캘리포니아를 빼면 모두 5월안에 경제를 다시 오픈할거야.

기업 파산이 줄을 이을 거라고? 어제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기자회견 봤어? 대단하더라. 파월 의장이 지금 하는 게 바로 경제 봉쇄 기간에 기업과 가계가 망하지 않도록 돈을 계속 나눠주는 일이야.

어제 파월 의장은 행정부와 의회에 더 많은 재정을 풀라고 요구하더군. Fed 의장이 그렇게 말하는 건 처음 봤어. 생각해 봐.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얼마나 파월 의장한테 금리 낮추고 돈 풀라고 압박을 해왔나. 그런데 이제 파월 의장이 도리어 트럼프 대통령한테 돈을 더 뿌리라고 요구하더라.

그동안 Fed와 행정부가 뿌린 돈은 엄청난 양이야. 지금까지의 손실액보다 더 많아. 그 돈이 지금 상황에 투자나 소비에 쓰이겠어? 대부분 시장에 머물고 있어. 지금 증시가 이렇게 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야.

게다가 의회와 정부는 벌써 5차 부양책을 논의하고 있어. 지난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의회와 행정부도 정말 빠르게 부양책을 내놓고 있어. 곧 인프라딜도 논의하고 통과시킬 거야. 이번에 생긴 어쩔 수 없는 실업자들은 그렇게 구제할 거야.

증시 격언에 ‘Fed에 맞서지 말라’는 얘기가 있지. 그건 진리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가 가장 미워한 랠리'
B : 당신이 증시 격언을 말해서 떠올랐는데 그 격언에 따르면 이제는 팔 시점이야. 월가의 유명한 격언 중의 하나가 ‘5월에 팔고, 11월에 사라’는 것이지. 과거 통계를 봐. 1957년부터 2018년까지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5~10월 수익률과 11~4월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11~4월 수익률이 연율 16.3%로 5~10월의 연율 4.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 월평균 수익률을 따지면 11~4월은 1.3%, 5~10월은 0.4% 이야.

5월이면 펀드매니저들이 여름휴가를 가려고 주식 포지션을 정리하지. 휴가 기간 증시는 휴지기에 들어가고, 이들이 복귀하는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활황장을 보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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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이번은 달라. 한 달 이상 집에 갇혀있었는데 누가 휴가를 떠나겠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어디 여행도 못 가.

경제가 재개되면 경기는 ‘V’자, 혹은 그와 비슷하게 반등할거야. 1, 2분기 기업 실적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엉망이겠지. 하지만 이게 엉망이라는 건 시장 참여자 모두가 다 알아. 모두 과거의 데이터야. 어제 1분기 GDP를 봐. -4.8%(연율)로 예상보다 훨씬 나빴지. 하지만 누가 눈이나 꿈쩍했나?

지금 기업 실적이나 성장률이 엉망이라는 건 이후 빠르게 반등할 것이란 얘기야. 특히 내년 1, 2분기 기업이익 증가율은 몇십~몇백 %씩 나올 거야.

경기 회복이 좀 지연돼도 시장은 흔들리지 않아.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경기가 개선될 게 명확하다면 시장은 2년까지도 먼저 주가에 반영할 수 있다고 해. 경제학자들 설문을 보면 늦게 회복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2022년이면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수준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봐. 지금 시장은 그 때를 보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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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V'자 반등은 환상일 뿐이야. 잘해야 'L'자로 갈 수 밖에 없어. 아무도 바라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 2차 대유행이 생긴다면 'W'자로 갈 것이고. 싱가포르를 봐. 벌서 세컨드 웨이브가 발생했어.

이건 기본적으로 독감 같은 거야. 겨울이면 다시 나타날 수 밖에 없어. 그러면 결국 경제를 다시 봉쇄해야할 거야. 'W'자의 두번째 바닥은 지난 3월보다 더 깊을 수 있어.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던 1918~1920년을 보면 2차 대유행 때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지. 심지어 3차 웨이브도 있었어.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말 들었지? "이 바이러스는 어디 외계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A : 2차 대유행? 뉴욕에서 죽은 사람들 통계를 봐. 도이치뱅크 분석을 봤더니 현재까지의 뉴욕시 사망자 11820명을 분석한 결과 17세 미만은 5명(0.06%), 18~44세는 482명(4.5%)에 불과해. 65세 이상이 69.3%로 대다수야. 그리고 17세 미만 사망자 전원이 다른 병을 갖고 있었고 18~44세 사망자 중에서도 확실히 다른 병이 없었던 사람은 10명에 불과해. 대부분 이미 당뇨 등 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지.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경제 활동을 중단할 이유가 없어. 사람들도 조금씩 깨닫고 있어. 그렇게 치사율이 높지도 않고 좀 조심하면 돼.

어제 나온 ‘램데시비르’ 뉴스 봤어? 파우치 소장은 오늘 “식품의약국(FDA)이 ‘램데시비르’에 대해 조만간 긴급 사용 승인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어. 또 내년 1월까지 많은 양의 백신 생산이 가능할 수 있다고도 했지.

이 약뿐이 아니야. 세계적으로 180여개 제약사가 약을 개발하고 있어.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머크 등이 개발중인 백신은 이르면 내년 초에 나올거야. ‘램데시비르’로 치료하면서 버티다 백신이 개발되면 경제는 정상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B : 백신 개발은 그리 쉬운 게 아냐. 그동안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은 세계 최단 기록이 4년이었어. 1984년 개발을 시작한 에이즈 백신은 지금도 없는 상태지.

‘램데시비르’? 30% 가량 회복 기간이 빨라진 게 정말 약효가 있는 거 맞아? 게다가 사망률은 3%포인트 차이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어.

이 약이 이렇게 뜨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도 많아. 이대로라면 재선이 안될 판이니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지. 어제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1분기 GDP 발표에 맞춰서 일부로 길리어드에 발표를 주문한 건 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추측이 나올 정도야. 하지만 중국에서의 임상시험 결과도 그렇고, 이번 결과도 그렇고 의학계 사람들은 별로 감동하지 않던데.

트럼프 대통령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재선 확률이 낮은 것 같아. 사람들이 '원맨쇼'에 질렸어. 코로나19 대처를 엉망으로 하고 이제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더군. 결국 중국도 1차 무역합의에 넣어놓은 농산물 구매를 지키지 않을 거야. 사실 이미 미국산 에너지 구매는 벌써 확 줄였지. 그게 바로 마이너스 유가로 나타난 것이고.

결국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어. 바이든은 중도라고는 하지만, 민주당 정권은 결국 트럼프의 세제개혁을 되돌릴 걸. 트럼프 대통령이 낮춘 법인세로 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을 지급해 뉴욕 증시를 떠받쳤나. 그런 건 이제 없다고 봐야지. 규제 없앤 것도 다시 살릴 것이고 올해 말이면 뉴욕 증시가 그 때문이라도 흔들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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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지난 2016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증시나 경제가 망한다고 했지. 하지만 실제는 달랐어. 코로나바이러스만 아니었으면 정말 지금도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었을 거야.
이처럼 관측과 실제가 다른 게 사실 많지. 오늘도 지난주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384만명으로 나왔는데, 여기에도 허수가 꽤 있다고 봐. 우선 대부분 일시해고야. 경제가 재가동되면 많은 이들은 직장으로 돌아갈거야.

게다가 정부가 실업급여를 주당 600달러씩 더 지급하는 바람에 다들 해고를 원하는 상황이 됐지. 헤리티지재단 연구에 따르면 연봉 6만2000달러 이하를 벌던 사람은 이번에 해고당하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게 몇 달간 더 많은 소득을 벌 수 있어. 게다가 1인당 1200달러도 덤으로 받잖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또 다른 수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지.

코로나바이러스가 가라앉고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탈락자들은 그리 많이 생기지 않을거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가 가장 미워한 랠리'
B : 나도 실업급여 청구에 허수가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많아. 통상 주당 20만명선이던 게 지난 6주간 3030만명이 생겼어. 지난 2007~2009년 금융위기 때 생겼던 실업자가 800만명이었어. 그리고 앞으로도 한 두 달 계속 1백만명 이상이 발생할 거야.

지금은 경제 펀더멘털은 논할 수가 없는 수준이야. 그래서 증시가 오르는 건 베어마켓 랠리 수준 밖에 볼 수가 없어.

이런 상황은 유가가 잘 대변하고 있어. 오죽하면 서부텍사스원유(WTI)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겠어? 지난 며칠간 유가가 좀 올랐지. 오늘도 26% 급등했고. 그렇지만 배럴당 19달러에 턱걸이한 수준이야. 나는 살면서 '유가가 급등했다. 배럴당 19달러로'라는 기사를 보게될 줄 몰랐어.

지금 그렇게 미국 경제, 소비 상황이 심각해. 정신 좀 차리고 펀더멘털을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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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유가도 이제 안정될 거야. 2주 연속 미국의 원유 재고가 900만배럴, 1100만배럴 증가에 그쳤어. 유가가 마이너스까지 갔던 그 주에는 1900만배럴로 최다 기록을 세웠었지. 그새 수요가 늘었을 리는 없고 자체 감산으로 공급량이 대폭 줄어든 거야.

물론 '저유고가 거의 다 찼다'는 이슈가 있으니 한 번 더 흔들릴 수 있겠지만, 급격한 변동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

유가가 낮은 건 증시에는 유리해. 인플레이션 걱정은 없으니까. Fed는 저유가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뿌릴 수 밖에 없어. 그러면 증시는 더 많은 연료를 얻게되는 것이지. 이제 에너지 주식의 비중은 S&P500 지수의 2% 밖에 안돼. 에너지주가 폭락해도 지수에 큰 영향은 없어.

B: 앞으로의 장세가 Fed 때문에 크게 내리지는 않는다고 해도 잘해야 박스권이야. 지금처럼 높은 밸류에이션에서 더 오를 수 있을까? 주가수익비율(PER)이 너무 높아.

지금까지 증시를 이끌던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등 '메가 테크' 주식은 이제 한계에 왔다고 생각해.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이들 다섯개 '메가 테크'는 1978년 이래 가장 높은 지수 전체의 21.4%를 차지하고 있어. 그러나 수익으로 보면 이들은 S&P 500 기업 수익의 7%만 벌어들이지. 그러다보니 이들 주식의 PER는 평균 50배야. 나머지 495개 주식의 PER는 평균 17배지.

이들이 오르지 못하면 잘해야 박스권이야. 낙폭과대 때문에 소형주가 며칠 올랐는데 생각해봐. 에너지주, 유람선, 유통주 등은 상당수가 파산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이 정말 시장주도주로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해?

A : 이번에 1분기 실적 봤지? 방금 전 장 마감 이후 나온 애플의 실적도 1분기 매출 583억달러, 주당순이익 2.5달러를 기록했어. 작년 동기의 매출 580억달러, 주당순이익은 2.46달러보다 더 많아. MS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도 시장 예상보다 훨씬 좋았어.

'메가 테크'는 여전히 상승여력이 있다고 봐. 그리고 소외됐던 주식들이 이들을 따라잡는 분위기야. 바꿔말하면 메가 테크가 다시 한번 더 오를 공간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해.

이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수혜주야. 닷컴 때 버블과는 달라. 아마존을 봐. 단순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아니야.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 등 미래에 각광받을 기술을 모두 갖고 있어. MS 알파벳 페이스북 등도 마찬가지이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가 가장 미워한 랠리'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