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장덕철 /사진=리메즈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장덕철 /사진=리메즈엔터테인먼트 제공
"100명 중 단 1명이라도 저희의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어렵사리 말문을 연 장덕철(장중혁, 덕인, 임철)은 유독 지쳐보였다. 언제부턴가 이들에게 따라 붙은 '음원 사재기'라는 단어 때문이라고 했다. 2018년 1월 '그날처럼'으로 국내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잇달아 1위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역주행 스타', '제2의 '좋니''라는 말이 나왔지만, 이후 의심의 화살이 하나 둘 꽂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재기 가수'라는 낙인이 찍혔다.

◆ 그래서 장덕철은 사재기야, 아니야?

이 질문에 장덕철은 매번 사재기가 아니라고 말해왔다. 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이들은 소속사를 통해 강하게 사재기를 부인했다. 리메즈엔터테인먼트(이하 리메즈)의 홈페이지에는 '논란에 대한 입장'이라는 내용의 공식자료 페이지가 있다.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회사 측에서 가능한 범위의 소명자료를 모아놓은 것이다. 이를 통해 리메즈는 소셜미디어 마케팅 에이전시 사업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의혹의 표적이 되고 있는 SNS 마케팅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또 음원사이트에 가계정을 만들어 이른바 '댓글 작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가 된 해당 계정들을 고소해 법적 처벌이 이루어졌음을 알렸다. 그럼에도 이를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결국 장덕철이 직접 입을 열었다.

장덕철은 "침묵이 능사가 아니라 느꼈다. 우리도 말하는 입이 있고, 듣는 귀가 있고, 생각이 존재하는 인격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면서 "불특정 다수가 우리도 모르는 사실을 기정사실화해서 욕 하기 때문에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최근에도 신곡 '그대만이'를 발표해 지니 실시간 차트 1위를 비롯해 멜론, 벅스, 바이브, 소리바다 등에서 상위권에 머물기도 했다. 가수에게 높은 차트 성적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지만, 장덕철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1위를 했을 때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또 욕 먹겠다는 걱정에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덕인은 "딱 30초만 좋았다. 우리가 역주행을 잘 하고나서 사재기 의혹을 받지 않았냐. 멤버들이 다 활달한 성격이었는데 대인 기피증, 무대 공포증이 너무 심해졌다. 우리는 분명 대중가수인데 하도 욕을 먹어서 이제 역량을 보여주기 힘들게 됐다"며 속상해했다.

장중혁도 "주위에서 사재기라는 말을 할 때마다 흠칫 놀란다"면서 "주변 사람들이 걱정해주고 신경 안 쓰는 척 하는 게 더 힘들더라. 매번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1등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욕을 먹고 있는 거다. '1등을 하면 행복해야 하는데 왜 우리는 슬프지'라는 생각이 드니까 이제는 걱정부터 생기더라. '그날처럼'으로 1위를 했을 때는 기뻐서 울었는데 요즘은 차라리 어느 정도 중간만 해서 욕 안 먹고 노래도 들을 사람만 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 박경도, '그알'도 지목했는데…

지난해 11월 그룹 블락비 박경은 SNS에 일부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도)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언급된 가수들은 전부 '사실 무근'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박경은 지난 3월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덕인은 "우리는 대변해 줄 사람이 없다.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있는데 새벽에 갑자기 올라온 트위터 하나로 또 다시 '사재기 가수'가 됐다. 그런 게 너무 힘들고 싫었다. 왜 가만히 있는, 더 이상 해명할 힘도 없는 우리를 다시 수면 위로 꺼내서 욕 먹게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해명하는 것 자체도 힘들다"면서 "곧 조사에 착수해서 결과가 나올 거다. 결국 사재기가 아니었다는 결과가 나와도 마음이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장덕철은 '사재기 폭로'에 따르는 책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조사가 이뤄지고 사재기가 사실로 나온다면 저격글을 올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신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공인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악한 영향력도 끼칠 수 있는 거다. 빨리 조사 결과가 나와서 의혹을 벗고 싶다. 그 이후에 박경 씨한테 제대로 된 사과도 받고 싶다. 책임감 있게 행동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이 사태 때문에 밤새 피해를 입고 상처를 받았다. 경솔한 태도에 대해 사과만 해도 되는건데 왜 지금까지 끌고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사재기 의혹을 다루면서 장덕철을 언급했다. 덕인은 "클로징 멘트가 아직도 생각난다. '우리나라에 좋은 가수가 많은데 편법으로 하는 건 근절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까 위축되더라. 역적 자식들이 되어 손가락질을 받는 느낌이었다. 마녀사냥 같았다. 유감이다"고 심경을 전했다.

◆ 장덕철 "제발 빨리 조사 좀 해주세요"
장덕철 /사진=리메즈엔터테인먼트 제공
장덕철 /사진=리메즈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원 사재기'와의 전쟁은 상당히 오랜 시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가요계의 큰 숙제다. 2013년 SM, YG, JYP, 스타제국 등 대형기획사들이 함께 음원 사재기를 고발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차원의 진상 조사도 있었지만 2019년 결국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경찰이나 검찰 수사가 아닌 행정조사였기에 한계가 존재했다는 것이 문체부 측의 입장이었다.

최근에는 김근태 전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차트 순위 조작을 주장하면서 또 한번 '음원 사재기'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기에 거론된 아티스트들은 일제히 반박했다. 김 전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었다.

덕인은 '음원 사재기'라는 말 자체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사실 사재기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사재기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도 피해자이다 보니 그 단어 자체가 부담스럽다. 마치 범죄자처럼 낙인이 찍힌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임철도 "사재기를 안 했는데 사재기 가수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발끈하는 내가 싫더라. '노래는 좋은데 왜 사재기를 했냐', '앞으로 정직하게 음악하라'는 댓글을 보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장덕철은 지속적인 사재기 의혹에 팀 해체도 고민했다고. 멤버들은 "이렇게 음악을 해서 뭐하나 싶더라. 예전에 무전여행을 하면서 버스킹을 할 때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꿈이 이뤄지길 기대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꿈이 산이 아니라 능이었다. 차라리 잘못을 했으면 참회라도 할 텐데…"라며 고통스러워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의 표적이 되고 있는 SNS 마케팅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장덕철은 "사재기라는 단어를 맨 처음에 들었을 때 이게 정말 무슨 소리인가 했다. 그런데 이게 눈덩이처럼 부풀더라. 어찌 사재기랑 바이럴 마케팅이 교집합이 됐다.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다 사재기다'라는 프레임이 생겨져 버렸다"고 했다. 이어 "많은 대형 기획사들도 바이럴 마케팅을 하고 있다. 사재기는 불법이 맞지만, 어느 순간부터 바이럴 마케팅을 잘하는 것으로도 욕을 먹었다"고 토로했다.

장덕철은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문체부 및 관련 기관들에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올해 역시 가수 박경,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으로부터 사재기 가수로 거론되면서 문체부 및 수사 기관들을 향해 철저한 수사를 요청해왔다.

장덕철은 "조사 결과가 나와서 떳떳해지고 싶다. 우리가 아니라고 하는데 조사기관이 증빙자료를 주지 않으니 벽에 대고 말하는 기분이다"라면서도 "조사 결과로 대중의 마음을 돌리고 싶은 건 아니다. 설명이 아닌 음악으로 공감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조사 결과로 해명만 분명히 되고, 우리는 그대로 음악만 들려드리면 되는 것 같다. 그러려면 자료가 빨리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답답해했다.

끝으로 장덕철은 자신들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장중혁은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 음악을 한다. 최근에 다른 아티스트의 팬으로부터 '마음이 아프다. 그간 해온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새벽에 그 메시지를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 100명, 1000명이 무시해도 1명이 응원해주는 게 힘이 되더라"면서 "우린 진짜 잘못한 게 없으니까 더 뭉쳐서 좋은 음악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임철 역시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하는 것"이라며 "사실 우리가 음악을 하면서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음악할 때가 제일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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