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다수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부 표정 관리하는 기업들도 있다. 일부 품목은 4월 수출이 작년 같은달 대비 325배 늘었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언택트(비대면), 방역, 홈이코노미(집+경제) 관련 기업들이다. 특히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며 덕을 본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방진복 325배·컴퓨터 2배…'K메디컬·K언택트' 수출 급증
1일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컴퓨터 수출은 99.3% 늘어났다. 데이터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출은 254.5% 뛰었다. 지난달만 해도 감소세를 나타냈던 레이저 프린터 수출도 12.9% 늘었다. 원격수업과 재택근무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로 확산되며 관련 전자기기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노트북은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각국 정부가 서버 투자를 늘리며 SSD 투자도 늘었다.

언택트 소비 확산으로 식품 수출도 늘었다. 즉석밥 수출이 100.5% 뛰었으며 김치(62.6%), 라면(52.3%), 빵(40.8%) 수출도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고추장과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수출도 증가하는 등 식품 전반에 걸쳐 수출이 늘었다. 하지만 야외활동이 줄어들며 담배(-39.0%)와 맥주(-69.9%) 수출은 줄었다. 위생용품도 수출이 늘어 화장지 소재는 249.3%, 손세정제는 81.8% 증가했다.

각종 방역제품의 수출 증가도 눈에 띈다. 올해 1월만 해도 164만달러에 그쳤던 의료용 방진복 수출은 지난달 1951만달러까지 뛰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증가율은 3만2573%에 이른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도 1월 3000달러에서 지난달 2억123만달러로 급증했다. 진단키트의 수출 증가로 바이오헬스 업종 전체 수출도 29.0% 늘었다.

외과용 라텍스장갑은 작년 같은달 대비 7313%, 손소독제는 7755% 수출이 늘어나는 등 K메디컬(한국 의료 제품) 대부분이 높은 수출 증가세를 나타냈다. 산업부는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입지를 구축하며 전 세계에서 한국산 방역제품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격 대비 높은 품질도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잦아든 이후에도 관련 제품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언택트 산업, 홈이코노미, K방역 산업이 각광받을 것”이라며 “진단키트 등 의료기기와 가공식품, 세정제 등을 새로운 수출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