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대기업도 성공한 중소기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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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해 일자리 만들고
수출도 많이 하는데
대기업이라 낙인찍고
편가르기하는 현실
기업은 경제의 공동운명체
대기업으로 크는 것 축복 돼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수출도 많이 하는데
대기업이라 낙인찍고
편가르기하는 현실
기업은 경제의 공동운명체
대기업으로 크는 것 축복 돼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참 기구한 운명이다. 투자 많이 하고 일자리 많이 창출하고 수출도 많이 하지만, 칭찬은커녕 부족하다는 핀잔만 듣는다. 사상 초유의 감염병 쇼크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지만, 돈은 더 내놓으란다. 선거 때는 단골로 비난의 화살을 얻어맞는다. 얼마 전 치러진 총선 공약에서도 규제만 한보따리였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연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국 대기업이다. 노조, 시민단체, 정치인 너나 할 것 없이 국민은 고통받는데 대기업은 1000조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며 비난하고, 당장 공장 문 닫게 생겼는데도 무조건 고용을 보장하라고 압박한다.
어찌 보면 참 ‘무식’한 얘기다. 오랫동안 설명했음에도 여전히 사내유보금을 기업 곳간에 쌓아둔 현금다발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는 회계상 개념으로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은 모든 이익을 일컫는다. 실제론 대부분 공장, 설비, 연구개발(R&D) 등에 재투자돼 있다. 따라서 기업 더러 사내유보금을 내놓으라는 것은 공장 팔고 사업 접으란 얘기다. 이젠 이 무식하고 불필요한 논쟁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
혹자는 대기업을 두고 대마불사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굴지의 기업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여러 번 보지 않았나. 1997년 외환위기 때 재계 3위였던 대우, 8위 기아차, 14위 한보, 19위 진로 등 30대 그룹 중 16개가 무너졌다. 이에 대해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지낸 고(故) 이진설 장관은 위기의 원인을 노새 우화에 비유한 적이 있다. 즉, 말 못하는 노새가 불평하지 않는다고 짐을 자꾸 얹었더니 결국 쓰러진 것처럼 당시 대기업들에도 자꾸 부담을 주다 보니 연쇄 도산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STX, 한진해운, 동양그룹 등 수많은 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기업이 무너지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우그룹이 무너졌을 때 고용 인원 15만 명, 계열사 41개, 국외 법인 396개가 함께 몰락했다. 대우와 거래하던 중소 협력업체들까지 고려한다면 천문학적인 서민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다.
지금은 1997년의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다. 외환위기는 외환 유동성 위기로, 우리 내부 문제인 내우(內憂)였다. 세계 경제는 괜찮았다. 그래서 수출을 독려해 400억달러의 경상흑자를 내면서 회복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의 금융부문 부실이 세계적으로 확대된 전형적인 외환(外患)이었다. 당시 한국의 경제 체력은 괜찮았기에 국제공조와 긴급 대응정책으로 반등할 수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쇠약해져 있고, 수출시장도 경색돼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이번 위기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수출, 투자 길이 막혔고, 중소기업은 생산 중단 상태다. 영세상인들은 손님이 없어 끼니를 걱정하는 수준이다. 모두가 생존의 위기고,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공동체다.
더 이상 대기업을 희생양 삼아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따지고 보면 대기업들은 성공한 중소기업 아닌가. 그나마 세계 시장에선 대기업도 아니다. 삼성은 애플 시가총액의 5분의 1, 현대자동차는 도요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한국은 대기업이라는 낙인을 찍어 2205개에 달하는 기업인 형사 처벌 조항을 두고, 상생이라는 명목의 각종 기금으로 부담을 주며, 법인세를 올리고, 근로시간을 강제하고, 한국에만 있는 수많은 규제를 적용해왔다. 이젠 멈출 때가 됐다.
해외에서도 기업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대·중소기업을 구분하진 않는다. 미국은 5000억달러의 기업 대출, 여객·화물산업에 대한 320억달러의 현금 지원을 시행하기로 했고, 독일은 1000억유로의 경제안정화기금을 조성했다. 선진국들은 대기업이 예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국가 경제의 한 축이고, 국민 삶의 터전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위기 앞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모두가 위대한 대한민국 경제의 공동운명체다. 한국의 대기업이 되는 것이 업보가 아니라 축복이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어찌 보면 참 ‘무식’한 얘기다. 오랫동안 설명했음에도 여전히 사내유보금을 기업 곳간에 쌓아둔 현금다발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는 회계상 개념으로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은 모든 이익을 일컫는다. 실제론 대부분 공장, 설비, 연구개발(R&D) 등에 재투자돼 있다. 따라서 기업 더러 사내유보금을 내놓으라는 것은 공장 팔고 사업 접으란 얘기다. 이젠 이 무식하고 불필요한 논쟁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
혹자는 대기업을 두고 대마불사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굴지의 기업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여러 번 보지 않았나. 1997년 외환위기 때 재계 3위였던 대우, 8위 기아차, 14위 한보, 19위 진로 등 30대 그룹 중 16개가 무너졌다. 이에 대해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지낸 고(故) 이진설 장관은 위기의 원인을 노새 우화에 비유한 적이 있다. 즉, 말 못하는 노새가 불평하지 않는다고 짐을 자꾸 얹었더니 결국 쓰러진 것처럼 당시 대기업들에도 자꾸 부담을 주다 보니 연쇄 도산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STX, 한진해운, 동양그룹 등 수많은 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기업이 무너지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우그룹이 무너졌을 때 고용 인원 15만 명, 계열사 41개, 국외 법인 396개가 함께 몰락했다. 대우와 거래하던 중소 협력업체들까지 고려한다면 천문학적인 서민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다.
지금은 1997년의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다. 외환위기는 외환 유동성 위기로, 우리 내부 문제인 내우(內憂)였다. 세계 경제는 괜찮았다. 그래서 수출을 독려해 400억달러의 경상흑자를 내면서 회복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의 금융부문 부실이 세계적으로 확대된 전형적인 외환(外患)이었다. 당시 한국의 경제 체력은 괜찮았기에 국제공조와 긴급 대응정책으로 반등할 수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쇠약해져 있고, 수출시장도 경색돼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이번 위기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수출, 투자 길이 막혔고, 중소기업은 생산 중단 상태다. 영세상인들은 손님이 없어 끼니를 걱정하는 수준이다. 모두가 생존의 위기고,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공동체다.
더 이상 대기업을 희생양 삼아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따지고 보면 대기업들은 성공한 중소기업 아닌가. 그나마 세계 시장에선 대기업도 아니다. 삼성은 애플 시가총액의 5분의 1, 현대자동차는 도요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한국은 대기업이라는 낙인을 찍어 2205개에 달하는 기업인 형사 처벌 조항을 두고, 상생이라는 명목의 각종 기금으로 부담을 주며, 법인세를 올리고, 근로시간을 강제하고, 한국에만 있는 수많은 규제를 적용해왔다. 이젠 멈출 때가 됐다.
해외에서도 기업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대·중소기업을 구분하진 않는다. 미국은 5000억달러의 기업 대출, 여객·화물산업에 대한 320억달러의 현금 지원을 시행하기로 했고, 독일은 1000억유로의 경제안정화기금을 조성했다. 선진국들은 대기업이 예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국가 경제의 한 축이고, 국민 삶의 터전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위기 앞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모두가 위대한 대한민국 경제의 공동운명체다. 한국의 대기업이 되는 것이 업보가 아니라 축복이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