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뢰도 떨어지는 정부의 농가소득 통계
지난달 28일 오후 8시 농림축산식품부가 갑자기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당일 오전에 나온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대한 설명자료였다. 보도참고자료는 ‘지난해 농가소득이 4118만원으로 전년 대비 2.1% 떨어진 것은 채소류 가격 하락과 쌀 직불금 지급 지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농식품부는 농가 소득 하락 이유를 자세히 분석하다 보니 자료 배포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문기사 마감이 통상 오후 4시인 것을 고려하면 농식품부가 이 내용이 보도되지 않기를 바라고 일부러 늦게 자료를 낸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1년 전엔 완전히 달랐다. 지난해 5월 3일 오전 농식품부는 통계청 농가경제조사 결과가 나오자 바로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2018년 농가소득이 4206만원으로 전년보다 10.0% 늘자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당시 농식품부는 “선제적 시장 격리에 따른 쌀값 안정”을 농가소득 향상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이어 “농가소득이 크게 증가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성과”라고 평가했다. 농식품부가 말한 ‘선제적 시장 격리’란 2017년 9월 정부가 공공비축미 외에 37만t의 쌀을 추가 매입한 조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해 농가소득 급등이 대통령 방침이나 정부 정책 덕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통계청의 표본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통계청은 2018년 농가소득 조사를 앞두고 표본 수를 2600개에서 3000개로 늘렸다. 조사의 대표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표본 농가의 업종별 비중도 바꿨다. 구체적으로 쌀 농가보다 평균 소득이 두 배 이상 많은 축산 농가 비중을 높였다. 반대로 쌀 농가 비중은 20.1%에서 19.8%로 낮췄다.

1년에 쌀 농가는 약 3000만원, 축산 농가는 7000만~8000만원 정도를 번다. 표본 변경만으로 자연스레 전체 농가 평균 소득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통계청은 2013년에도 농가 표본을 변경했다. 공교롭게도 그해 농가소득 증가율은 11.3%였다. 지난 10년간 농가소득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때마다 농가 표본 구성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이렇다 보니 표본이 변경되는 해엔 쌀 농가 표본을 축산 농가로 바꾸려는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 표본이 달라질 때마다 지자체별 농가소득 순위가 크게 바뀐다.

표본 변경 때마다 요동치는 통계를 신뢰하기란 쉽지 않다. 표본을 바꾸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표본 수를 늘려 표본 변경이 통계 전체를 흔드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농가경제조사 표본 수(3000개)가 전국 읍·면·동 수(3463개)보다 적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