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를 마무리짓는 마지막 본회의 개의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속 법안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요구하며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래통합당은 협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통합당의 총선 참패 이후 나타난 지도부 공백 사태까지 더해져 20대 국회가 이대로 끝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與, 본회의 개의 두고 연일 야당 압박

민주당은 이달 8일 본회의를 열자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과 국민을 위해 본회의를 소집해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법안들을 하나라도 더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민주당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종부세법 및 소득세법 개정안 등 12·16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공수처 설치를 위한 후속 법안,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던 세무사법과 교원노조법 개정 등을 이번 국회 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또 21대 국회 준비 시기 등을 고려하면 본회의를 적어도 8일에는 개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8일 이후부터는 21대 국회를 준비하는 본격적인 교체기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후 본회의가 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미 입법 성과에서 국민으로부터 낙제점을 받은 20대 국회가 마지막 민생법안 처리 기회마저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본회의 개최에 대해 “새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개의 여부는 8일 새로 선출되는 원내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남은 본회의 일정과 관련한 문제는 현 원내지도부의 역할이 아니라는 게 우리 당 의견”이라며 “7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8일 통합당 원내대표 선거 이후 새 지도부끼리 향후 일정을 협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8일 이후 본회의 개최 가능성 낮아”

통합당의 현 지도부가 협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본회의 개의 여부는 양당의 새 원내지도부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민주당은 원내지도부 교체 이후에도 본회의 개의를 주장할 전망이다. 결국 통합당의 새 원내지도부 의중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통합당 원내대표 후보들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8일 본회의 개의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명수, 김태흠 의원은 “8일 개최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시각이다. 통합당 원내대표 선거는 8일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다. 오전에 새로운 원내지도부가 선출되면 당일 오후에라도 협상을 통해 본회의를 열 ‘물리적’ 시간은 있다. 하지만 협상 대상이 될 법안들에 대해 여야 이견이 적지 않은 만큼 당일 극적 개의는 불가능에 가깝다.

8일 이후 본회의 개최 가능성 역시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언급하고 있는 쟁점 법안들에 대해 통합당의 새로운 원내대표 후보들은 합의해주기 힘들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즉시 통과시켜야 하는 민생법안이라면 모르겠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법안들은 굳이 지금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 역시 “코로나19 관련 지원 법안처럼 긴급한 것도 아니고 다음 국회에서 논의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