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지난달 초 온라인에서 선공개한 ‘미술관에 서(書):한국 근현대 서예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지난달 초 온라인에서 선공개한 ‘미술관에 서(書):한국 근현대 서예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두 달 이상 휴관했던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전국 24개 국립 문화시설의 운영이 오는 6일부터 제한적으로 재개된다. 당분간 개인 관람만 허용되고 시간대별 이용자 분산을 위해 온라인과 전화 등을 통한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그래도 인터넷과 SNS를 통해 온라인 관람만 해오던 이용자들에겐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다. 민간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이미 전시를 본격화한 상태다. 마스크 착용, 개인 간 거리 유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수다. 이제 어떤 전시부터 보러 갈까.

코로나19로 가장 활성화된 것이 온라인 관람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주요 박물관과 갤러리들은 공들여 준비한 전시의 개막이 늦춰지자 온라인 뷰잉룸, 학예사가 설명하는 온라인 전시투어 등으로 관람객의 갈증을 달랬다. 온라인으로 예습한 전시들을 실제로 만나러 갈 차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휴관 기간에 2개의 대형 기획전을 온라인으로 개막해 크게 호평받았다. 영국 가디언, 미국 포브스 등 해외 매체들이 가상 방문을 추천할 정도였다. 덕수궁관의 ‘미술관에 서(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과 서울관의 ‘수평의 축’ 전이다.

‘미술관에 서(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1969년 개관한 이후 처음 마련한 서예기획전이다. 전통적인 붓글씨가 현대성을 띤 서예로 변화해온 다양한 양상을 서예, 회화, 전각, 조각, 도자, 미디어아트 등 300여 점의 작품과 70여 점의 자료로 보여준다. 동아시아의 오랜 전통인 ‘시서화(詩書畵) 일체 사상’이 근대 이후 어떻게 계승, 변모됐는지 살피는 것으로 시작해 서예와 현대미술의 교호작용, 캘리그라피 등 글씨와 디자인의 만남에 이르기까지 서예의 근현대사가 펼쳐진다. 여초 김응현, 검여 유희강, 소암 현중화, 평보 서희환 등 근현대 1세대 서예 대가 12명과 고암 이응노, 월전 장우성,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서울관에 마련된 ‘수평의 축’은 자연을 동시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실험작을 소개하는 국제 동시대 미술 기획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근년에 수집한 국제미술 소장품을 중심으로 국내외 작가 17명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대지(자연)라는 수평선에 일종의 축을 세우는 것으로 보고 전시명을 정했다. 대나무와 버려진 어망을 엮어 바다에 인공섬을 띄운 듀오 작가그룹 맵 오피스, 수평으로 이어진 6개의 모니터를 통해 가문비나무의 초상을 보여주는 핀란드 작가 에이샤-리사 아틸라 등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비디오아트가 태동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전개과정을 보여주는 과천관의 ‘한국 비디오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기획전도 이달 말까지여서 볼 기회가 남아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지난달 16일 온라인으로 먼저 선보인 ‘모두의 소장품’전은 공유재로서 소장품의 미래와 소장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전시다. 미술관이 1985년부터 수집한 소장작품 5173점 가운데 고른 86점과 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한 작가들의 다른 작품 45점을 추가해 49명의 131점을 서소문 본관에서 소개한다. 컬렉티브 랩, 그린 라이브러리 등 6개 전시 공간에서 회화, 설치, 조각, 뉴미디어, 사진,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이달 3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서울 남현동 남서울관에서는 현재 이 미술관이 사용하고 있는 옛 벨기에영사관 건물을 비롯해 숭례문, 나주 불회사 대웅전, 운현궁 아재당 등의 건축 부재 등 150여 점의 전통건축 및 현대건축 자료를 보여주는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이 6월 14일까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경북 영천 은해사 괘불을 소개하는 ‘꽃비 내리다-영천 은해사 괘불’과 조선의 명신 이항복 종가의 기증 유물을 전시하는 ‘시대를 짊어진 재상: 백사 이항복 종가 기증전’을 6일 동시에 시작한다.

사립미술관과 갤러리들의 전시도 활기를 띠고 있다. 갤러리현대가 개관 5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특별전 ‘현대 HYUNDAI 50’는 개관 이후 지금까지 400여 회의 개인전과 400여 회의 기획전으로 인연을 맺은 근현대 미술 대표작가 40명의 작품 7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자리로, 12일부터 일반 관람이 시작된다. 롯데뮤지엄은 달 착륙 50주년 기념 한국 특별전인 ‘To the Moon with Snoopy’를 8일 재개관해 6월 21일까지 전시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지난 1월 개막한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전은 3일까지인 전시 기간을 16일까지로 연장했다. 로트렉은 후기인상주의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아트의 선구자로 꼽히는 작가로,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헤라클레이돈미술관이 소장한 150여 점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고 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