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에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겨냥한 ‘얼리버드 마케팅’이 등장했다. 여행사들이 해외여행 상품 판매를 재개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코로나도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와 “언제까지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이 이런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일성여행사는 지난달 말부터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 15개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을 모은 ‘오붓이투어’ 판매를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 올 9월부터 내년 9월 중 여행시기를 정할 수 있는 4~8인 소규모 단체 상품이다. ‘100만원 할인’이라는 파격 조건도 내걸었다. 임장규 일성여행사 대표는 “비교적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은 스위스 등 소도시 중심으로 일정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테마여행 전문여행사 비욘드코리아는 11월 이후가 성수기인 중남미 상품을 내놨다. 취소 시 전액 환불을 보장해 리스크는 줄이고, 서울시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발행하는 서울사랑상품권 10% 포함, 최대 20% 할인으로 가성비는 높였다는 게 여행사 측 설명이다.

김봉수 비욘드코리아 대표는 “최대 8명 단체가 인원보다 두 배 이상 큰 전용차량을 이용하는 상품”이라며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에 맞춰 홍보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혼여행 전문여행사 팜투어는 올가을과 내년 봄 성수기를 겨냥한 ‘100% 환불제’로 예비 신혼부부 잡기에 나섰다.

항공업계도 포스트 코로나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100만~500만원의 선불 항공권을 이달 31일까지 판매한다. 2022년 7월까지 원하는 시기에 쓸 수 있는 티켓으로 10~15% 할인, 잔액 전액 환불의 파격적인 조건이다. 플라이강원은 국내·국제 노선을 6개월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인피니티켓’ 6종을 내놨다.

여행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행업계 해빙을 부르는 ‘신호탄’으로 보는 쪽과 ‘시기상조’로 보는 쪽이 부딪친다. 한 중견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씩 완화되는 것과 맞물려 중소 여행사가 시장의 반응을 탐지하는 ‘척후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돈줄이 말라버린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며 “해외여행자의 귀국 시 적용하는 2주 격리 지침이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품을 내놓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