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주가가 너무 높다”고 밝힌 뒤 시가총액 140억달러(약 17조원)가 증발했다. CEO가 회사 주가가 높다고 불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그 배경을 놓고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일 트위터에 “내 생각에 테슬라 주가는 너무 높다”고 글을 올렸다. 주당 760달러 안팎이던 주가는 순식간에 683.04달러까지 급락했다가 결국 10.3% 내린 701.32달러로 마감했다. 트윗 하나로 시가총액이 140억달러 감소했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주가와 관련된 트윗으로 물의를 빚었다. 특히 2018년 “주당 420달러에 비상장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올렸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았다. 그 일로 벌금 2000만달러를 냈고, 향후 재무와 관련된 트윗은 법률자문을 거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번에 ‘농담인지 혹은 법률자문을 받았는지’ 묻는 언론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손실을 본 일부 투자자는 격분하며 SEC 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머스크가 주식 매각을 앞두고 일부러 흘린 트윗이라고 추정한다. 머스크는 2018년 연봉을 받지 않는 대신 향후 시총 규모에 따라 최대 558억달러의 스톡옵션을 받는 단계적 보상 계약을 맺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시총 1000억달러다. 향후 한 달 연속, 그리고 6개월 평균 시총 1000억달러가 유지되면 첫 보상으로 168만 주를 받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시총은 1293억달러로 다음주면 스톡옵션을 받게 된다. 취득가(300달러대)를 내고 받아 즉시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3억7000만달러를 벌 수 있다. 이 주식은 매각이 5년간 금지되지만 기존 보유 주식을 팔면 된다. CEO가 “주가가 너무 높다”고 밝히고 며칠 뒤 매각하면 비난을 피할 좋은 핑계가 될 수 있다는 추정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에 내려진 영업폐쇄 조치 등에 대해 ‘파시즘’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날 “이제 사람들에게 자유를 돌려주라”는 트윗도 올렸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