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의 진원지 중국은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타격을 덜 받았다.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 매도 공세에서 비켜 나 있었기 때문이다. 전망도 좋다. 경제지표는 나쁘지만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고, 탄탄한 내수와 강력한 정부 경기 부양책 덕분에 투자 매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대규모 부양책 기대…직구족들 '中증시 러시'
지표는 최악인데 증시는 선방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33%(37.64포인트) 오른 2860.08에 마감했다. 중국 증시는 ‘최악’ 수준의 1분기 지표에도 견고한 모습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대비 -6.8%로 집계돼 통계를 시작한 1992년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1분기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6.1%였다.

주가는 실물지표와 다르게 움직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고점이었던 지난 1월 13일 대비 8.20% 하락하는 데 그쳤다. 연 고점 대비 18.5% 하락한 일본 닛케이225지수, 14.1% 떨어진 코스피지수, 16.4% 낮은 미국 S&P500지수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코로나19에서 가장 먼저 벗어났고, 정부 주도의 강력한 내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며 중국과 인도만 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가 이달 21일 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계획경제 구조의 개발도상국으로, 재정정책 효과가 크게 발휘될 수 있다”며 “4~5%대의 GDP 증가율 목표치를 발표하고 이에 맞춘 대규모 부양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대하면 수혜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인프라 관련 산업 및 기업에 집중될 전망이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1~2년 동안 이어질 경기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대외 환경에서 자유로운 내수 시장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며 “내수 성장의 두 날개가 될 도시화 촉진과 인프라 투자 확대 모두 IT업종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T 인프라…해외 주식 직구족도 ‘찜’

국내의 해외 주식 ‘직구(직접 구매)족’들도 중국 IT업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올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중국 주식은 선난서키트(심남전로)다. 올 들어 3112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선난서키트는 인쇄회로기판(PCB) 등 통신 및 반도체 장비 제조사로, 중국 5G 투자 확대 수혜주로 평가받는다.

투자자들은 ZTE(중흥통신)도 1721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ZTE는 화웨이와 함께 중국 5G 통신장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기업으로, 스마트폰 사업도 하고 있다.

반면 국내 펀드투자자들은 중국 증시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펀드에서 돈을 빼고 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주식형 펀드에서 6757억원이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5580억원이 유입됐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하락폭이 덜했던 중국 펀드를 환매하고 급락한 미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지난해 세계 증시를 주도한 미국 시장에 탑승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중국 펀드에서 자금을 빼 현지 주식을 사는 투자자도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