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다수의 딜러가 영업을 중단한 탓이다. 하지만 일본을 포함해 다른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판매량이 절반 넘게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3만3968대의 차량을 팔았다. 지난해 4월(5만5420대)과 비교하면 38.7% 줄었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량을 더한 감소폭은 39.0%다. 기아차 판매량은 5만1385대에서 3만1705대로 떨어지며 38.3% 줄었다.

다른 브랜드의 감소폭은 더욱 컸다. 도요타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3.9% 추락했다. 도요타를 대표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라브4(-55.5%)와 대표 세단 캠리(-62.3%) 판매가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혼다 판매량은 작년 4월보다 54.1% 줄어든 5만7751대에 머물렀다.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회사는 월별 판매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판매량이 50% 넘게 줄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작년 동월 대비 80% 넘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며 “최악은 피했지만 많은 자동차 업체의 판매량이 반토막 나면서 1990년 이후 최악의 판매 부진을 겪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선방을 이끈 일등공신은 준중형 SUV 투싼이다. 투싼 판매량은 8682대로 작년 4월(8438대)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판매를 시작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도 3331대 팔렸다. 기아차 모델 중에서는 중형 세단 K5(미국명 옵티마)가 18.0% 줄어드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국내 공장이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고 현지에서 상품성도 인정받아 ‘판매절벽’을 상쇄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미국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