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리스'서 '페미닌'으로 한 발 더 진화
시스루·미니백도 올해 트렌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모호한 ‘젠더리스’ 패션은 몇 년째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한 발짝 더 나가 남성복에 페미닌룩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진부함을 거부하는 젊은 세대들은 그간 여성들이 즐겨입었던 파스텔 색상의 티셔츠는 물론 시스루(속이 들여다보이는 반투명 소재) 셔츠까지 입는다. 샤넬, 디올, 펜디, 아크네스튜디오 등 명품 브랜드들이 미니 핸드백을 멘 남성들을 런웨이에 세우면서 미니백도 더 이상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됐다.
상의뿐 아니라 하의에도 파스텔 색상 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복 브랜드들이 연한 핑크색 티셔츠와 반바지 등을 신제품으로 내놨다. LF의 남성복 브랜드 ‘TNGT’는 핑크, 형광라임 등 그동안 여성복에서만 주로 쓰던 색상의 신제품을 작년보다 20% 늘렸다. 핑크색 맨투맨 티셔츠는 청바지, 흰바지 등과도 잘 어울려 인기가 좋다. 상단에만 단추가 있고 길이가 긴 튜닉 셔츠는 2018년 첫 출시 이후 지난해 상반기에만 5500장이 팔려나갔다. 올해는 오렌지, 화이트, 블루 스트라이프 등 다양한 색상의 튜닉 셔츠를 선보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도 빈티지 핑크, 인디 핑크 등 다양한 핑크색 옷을 선보였다. 핑크를 비롯해 화사한 색상의 옷을 작년보다 1.5배 더 많이 출시했다. 작년에는 티셔츠 위주로 파스텔 색상을 적용했지만 올해는 베스트, 점퍼 등으로 확대했다. 코오롱FnC의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 관계자는 "은은한 바이올렛 색상의 반팔 티셔츠는 최근 일 주일 동안 가장 많이 팔린 1위 제품"라고 말했다.
○커플룩으로도 ‘인기’
화사한 색상의 남성복은 남녀 커플룩으로도 인기가 높다. 큰 사이즈 옷을 루즈핏으로 입는 여성, 밝고 화사해 보이고 싶은 남성이 남성복 브랜드에서 파스텔 옷을 커플룩으로 구입하는 사례도 많다.
대표적 예가 남성복 ‘코모도’의 러브 컬렉션이다. 하트 모양을 넣은 러브 컬렉션은 2년 전부터 커플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핑크색 맨투맨, 반팔 티셔츠를 추가로 내놨다. 라벤더, 크림 등 밝은 색상의 수요가 높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이 핑크색, 흰색 바지를 선보인 것도 파스텔 색상의 옷을 찾는 남성이 늘었기 때문이다. 맨온더분은 올해 파스텔 핑크, 레몬 옐로 등 밝은 색상의 폴로 티셔츠 신제품을 내놨다. 핑크색 폴로 티셔츠는 주요 사이즈가 다 품절될 정도로 인기다.
티셔츠뿐 아니라 정장 안에 입는 셔츠도 핑크 등 파스텔 톤이 ‘대세’다. 남성복 ‘엠비오’는 올해 단추를 풀고 입기 좋은 핑크색 ‘인앤아웃 셔츠’를 내놨다. 간절기에 입기 좋은 반팔 셔츠도 핑크색상이 가장 잘 팔린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미니백으로 두 손을 자유롭게
미니백도 ‘핫 아이템’이다. 휴대폰과 지갑 정도만 들어가는 사이즈의 미니백은 두 손을 자유롭게 해줘 실용적이다. 포인트 액세서리로도 좋다. 시계, 신발, 지갑 등 액세서리로 패션 스타일을 뽐내는 남성들이 이젠 미니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이 미니백 유행을 주도했다. 발렌티노, 디올, 펜디, 돌체앤가바나, 마르니, 아크네 스튜디오 등은 올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 다양한 미니백을 내놨다. 정장에는 물론 캐주얼 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 색상을 적용했다. 자칫 밋밋해보일 수 있는 무채색 옷 위에도 원색의 미니백 하나만 걸치면 멋스러워보이도록 연출했다. 마르니는 남성용으로 미니 크로스백, 멀티 컬러 파우치백, 슬링백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미니백을 선보였다. 캐주얼 브랜드도 가세했다. 프랑스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라코스테’는 올해 남성들이 착용하기 좋은 다양한 사이즈의 미니백을 대거 출시했다. 크로스바디백, 허리에 차는 웨이스트백, 목걸이 타입 등 다양한 스타일로 내놨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