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예방에 손 놓은 지자체…전문가 "지진 대응·교육, 큰 재난 막을 수 있어"
"천둥소리 같았어요"…군집형 지진에 불안한 해남주민들
"꼭 천둥 치는 소리 같았어요."

규모 3.1 지진의 진앙지 인근 마을인 전남 해남군 산이면 부동리 이장 이 점(52) 씨는 3일 오후 10시 7분께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콰광'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집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던 아들도 큰 소리와 함께 책상이 흔들리자 "전쟁이 난 것 아니냐"며 토끼 눈으로 달려왔다.

곧 지진이 있었다는 재난 문자를 받고 이씨는 집 안 구석구석을 둘러봤지만, 다행히 집에 금이 가거나 물건이 떨어지는 낙상 피해는 생기진 않았다.

간척지이자 현재 농경지로 활용되는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역에서는 지난달 26일 규모 1.8 지진을 시작으로 4일 오전 11시까지 무려 54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이 통보하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도 4차례나 발생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군집형(群集型) 지진인 데다 강도도 점점 세지고 있어 기상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천둥소리 같았어요"…군집형 지진에 불안한 해남주민들
별다른 지진 피해는 없었지만 40년간 한 번도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해남군에 이례적인 군집형 지진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에도 1.2∼1.9 규모의 지진이 10건 발생한 점 등을 근거로 작은 규모의 지진이 큰 지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씨는 "남에서 처음으로 군집형 지진이 발생했다고 하니 큰 지진이 올까 불안한 마음"이라며 "한번 지진이 발생했는데 또 안 그러리라는 법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어 "행정이나 정부에서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큰일이 발생하기 전 미리 대비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나 해남군은 '지진을 예측하기 힘들다'거나 '기상청에서 담당하는 업무'라는 이유로 대응과 예방책을 내놓는 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특히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선 지진 발생 시 주민들에게 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숙지토록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군은 지난달부터 계속되는 지진에도 별다른 교육이나 공지조차 없다.

올해 초 마을 이장을 대상으로 면사무소 대회의실에서 1차례 동영상 교육을 한 게 전부였다고 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진 발생시 행동 요령을 잘 지키고 평소 예방책을 세워놓으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만큼 주민들을 상대로 한 상시적인 교육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지진 조기 경보 기술을 연구하는 KIT밸리 이호준 박사는 "동일본 지진 이후 응축된 에너지가 한반도 전체에 퍼져있는 실금처럼 작은 단층들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며 "동일본 지진 이후 유의미한 지진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계속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건물 붕괴보다 무거운 가전·가구에 깔리거나 떨어지거나 깨진 물건에 다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지진이 나면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책상 아래 등으로 몸을 피하는 등 적절한 지진 행동 요령을 지킨다면 큰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냉장고와 같은 무거운 가전·가구는 미리 묶어 놓는 것으로 지진 피해를 어느 정도 예방을 할 수 있다"며 "이러한 대응과 예방을 위해선 상시적인 주민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