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에 불확실성 증폭…외국인 다시 대량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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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對中관세부과 시사에
한국 기업 실적회복 지연 우려
코스피 1900선 밑으로
한국 기업 실적회복 지연 우려
코스피 1900선 밑으로
코스피지수 1900선이 또다시 붕괴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미·중 무역분쟁이 재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외국인들이 1조원 규모 주식을 순매도한 여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면 각 분야의 수요가 되살아나고 보복성 소비가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이 5월 첫 거래일부터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韓 기업 실적 회복에 찬물
코스피지수는 4일 전 거래일 대비 2.68% 하락한 1895.37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946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7일 1900선을 회복한 지 4거래일 만에 다시 1800대로 떨어졌다.
이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이 재확산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대중(對中)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악화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실물 경기 안정을 위한 카드를 꺼낸 것이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930년대 대공황 직후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이민을 금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60일간 영주권 발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미국의 노동자를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 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미·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은 이들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돌아오지 않는 외국인
최근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가 조만간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코로나19가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나오면서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복귀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8년 양국의 무역갈등이 시작된 이후 미·중 추가 관세 발표(2019년 5월) 등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9년 외국인 순매도의 배경은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무역전쟁이 본격화해 한국 기업 실적에 대한 저점 확인이 늦어질수록 투자심리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대(對)중 압박이 심화할수록 -10% 정도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요 회복 지연 가능성
이날 증시에서 일부 종목은 오히려 주가가 급등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샘표(19.41%), 샘표식품(6.77%), 사조대림(5.92%) 등 대두(콩) 관련 식품주가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는 콩을 원료로 된장·고추장 등 장류와 식용류, 배합사료 등을 생산한다.
세계 콩 시장에서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전체의 80%가량을 생산한다. 중국은 전체 소비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최대 콩 수입국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산 콩 수입을 제한하면 콩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한다. 국내 기업은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유니온머티리얼(26.88%), 유니온(30.00%), 노바텍(24.42%), 티플랙스(19.32%) 등 희토류 관련 종목의 주가도 급등했다. 유니온머티리얼은 자동차 전장부품 등에 사용되는 페라이트 마그네트를 생산한다. 희토류 대체품으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유니온은 이 회사의 모회사다. 희토류는 반도체, 스마트폰 등 첨단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전 세계 희토류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를 전략 무기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
반면 에틸렌분해설비(NCC) 관련 화학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대한유화(-13.17%)와 롯데케미칼(-9.05%) 등이 대표적이다. 유가 하락으로 미국 셰일 업체들의 에탄분해설비(ECC)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다시 급락하면서 ‘널뛰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유가가 소폭 상승한 데다 원가 절감 효과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둔화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재연/한경제 기자 yeon@hankyung.com
코스피지수는 4일 전 거래일 대비 2.68% 하락한 1895.37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946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7일 1900선을 회복한 지 4거래일 만에 다시 1800대로 떨어졌다.
이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이 재확산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대중(對中)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악화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실물 경기 안정을 위한 카드를 꺼낸 것이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930년대 대공황 직후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이민을 금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60일간 영주권 발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미국의 노동자를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 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미·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은 이들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돌아오지 않는 외국인
최근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가 조만간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코로나19가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나오면서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복귀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8년 양국의 무역갈등이 시작된 이후 미·중 추가 관세 발표(2019년 5월) 등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9년 외국인 순매도의 배경은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무역전쟁이 본격화해 한국 기업 실적에 대한 저점 확인이 늦어질수록 투자심리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대(對)중 압박이 심화할수록 -10% 정도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요 회복 지연 가능성
이날 증시에서 일부 종목은 오히려 주가가 급등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샘표(19.41%), 샘표식품(6.77%), 사조대림(5.92%) 등 대두(콩) 관련 식품주가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는 콩을 원료로 된장·고추장 등 장류와 식용류, 배합사료 등을 생산한다.
세계 콩 시장에서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전체의 80%가량을 생산한다. 중국은 전체 소비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최대 콩 수입국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산 콩 수입을 제한하면 콩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한다. 국내 기업은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유니온머티리얼(26.88%), 유니온(30.00%), 노바텍(24.42%), 티플랙스(19.32%) 등 희토류 관련 종목의 주가도 급등했다. 유니온머티리얼은 자동차 전장부품 등에 사용되는 페라이트 마그네트를 생산한다. 희토류 대체품으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유니온은 이 회사의 모회사다. 희토류는 반도체, 스마트폰 등 첨단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전 세계 희토류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를 전략 무기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
반면 에틸렌분해설비(NCC) 관련 화학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대한유화(-13.17%)와 롯데케미칼(-9.05%) 등이 대표적이다. 유가 하락으로 미국 셰일 업체들의 에탄분해설비(ECC)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다시 급락하면서 ‘널뛰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유가가 소폭 상승한 데다 원가 절감 효과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둔화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재연/한경제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