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290兆 급증
부채 늘어난 속도 '세계 4위'
총부채 비율, GDP의 237%
올해 코로나로 400兆 늘수도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내놓은 2019년 말 기준 국가별 부채 자료에서도 이런 점이 분명히 나타난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 가계, 기업 등 3대 부문을 합산한 한국의 총부채(금융회사 제외)는 4540조원에 이른다. 부문별 부채 규모를 보면 비영리기관을 포함한 정부 759조원, 가계 1827조원, 기업 1954조원이다.
한국의 총부채는 지난해 한국 GDP의 237%라는 것이 BIS의 분석이다.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조사 대상 43개국 중 22위였다. 총부채가 많은 미국(254%), 유럽 평균(262%), 중국(259%) 등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총부채의 증가 속도다. 한국의 총부채는 지난해에만 290조원 증가했다. 2018년 말 GDP 대비 224%에서 지난해 말 237%로 뛰었다. 이는 싱가포르 칠레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른 속도다. 중국(9%포인트) 미국·일본(5%포인트) 영국(1%포인트) 등 주요국보다 증가폭이 훨씬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가계와 기업, 정부를 가리지 않고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문제”라며 “정부는 전반적인 부채 위험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가계빚 지난해 1827조
GDP 대비 95% 넘어…상환능력은 계속 떨어져
한국은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정부, 가계, 기업(비금융)을 합친 총부채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세계 평균이 244%, 한국이 218%였다. 격차는 26%포인트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2019년 말엔 세계의 비율이 243%, 한국이 237%였다. 한국만 유난히 빚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문별로는 가계부채가 가장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한국의 가계부채는 1827조원으로 GDP 대비 95.5%였다. BIS 기준 가계부채는 소규모 개인사업자 등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것이어서 한국은행 통계(1600조원)보다 크게 나타난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세계 43개국 중 7위였다. 작년에만 3.6%포인트 증가했으며 한국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나라는 홍콩, 노르웨이, 중국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경제 위기로 가계 소득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그만큼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은 약화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부채(금융회사 제외)는 1954조원, GDP 대비 비율은 102.1%였다. 세계 17위 수준으로 가계부채보다는 양호했다. 하지만 빚 증가 속도는 가계부채 못지않았다. 부채비율이 작년에만 6.4%포인트 올라 세계 4위를 기록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2018년 1.8%포인트에서 작년 0.5%포인트로 떨어져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경제 침체가 심각했다”며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이 약해지니 부채 비율이 오르고 재무 구조가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작년 정부부채(759조원)는 GDP 대비 비율이 39.6%로 세계 평균(87.0%)보다 크게 낮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가 속도가 세계 최상위권이어서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작년 2.8%포인트 뛰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이 올랐다. 지난해 정부가 재정 지출을 11.7%나 늘린 탓이다. 이는 54조4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 재정 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로 이어졌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