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사에 이어 철도회사도 각국 정부에 긴급 자금지원을 잇따라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승객 수요가 90% 넘게 급감한데다 각국 정부의 봉쇄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고속열차 떼제베(TGV) 운영사인 프랑스 국영철도공사(SNCF)의 장 피에르 파랑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현지시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여파로 20억유로(약 2조68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감원을 막기 위해선 정부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NCF는 지난해 말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철도노조의 총파업으로 핵심 운송수단인 TGV 운행률이 절반까지 떨어지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던 회사에 치명타가 됐다는 것이 파랑두 CEO의 설명이다.

프랑스 정부도 SNCF에 대한 자금지원 계획을 밝혔다.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교통장관은 “국영철도회사인 SNCF가 코로나 사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회사와 상의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회사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은 SNCF에 대한 정부의 구제금융 규모가 30억유로(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정부는 런던 지하철과 철도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런던 지하철은 런던시 산하 런던교통공사(TFL)가 운영한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런던 지하철을 운영하는 TFL이 직원 급여를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곧 바닥날 것”이라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런던시에 따르면 런던 지하철 통행수입은 코로나19 발병 직전과 비교해 95%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민영 철도회사들도 정부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런던 지하철과 달리 철도회사는 민영기업이다. 영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영철도공사인 렌페와 트렌이탈리아도 승객수요 급감에 따른 경영난으로 조만간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럽 전역의 장거리 기차수요는 코로나19 발병 직전과 비교해 90% 이상 줄었다. 유럽연합(EU)이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했고, 각국 정부가 잇따라 외출금지령 등 봉쇄조치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에선 출퇴근을 위한 간선기차와 의료진 및 공무수행을 위한 기차만이 운영되고 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