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억 들어가 입장료 받으니 욕하더라…그래도 버틸 것"

배우 임채무(71)가 190억원을 투자해 30여년간 운영한 두리랜드가 3년 만에 재개장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찾은 경기도 양주 내 1만㎡ 규모 놀이공원 두리랜드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영업을 재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산한 가운데서도 구슬땀을 흘리는 임채무가 눈에 띄었다.

"원래 지난달 초에 재개장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늦춰졌죠. 전 세계적인 문제가 생겼는데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예스'할 때까지 참고 견뎠는데 힘들긴 정말 힘들었습니다.

"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연 두리랜드는 과거와 달리 입장료를 받는다.

투자 비용 190억원 중 150억원가량을 대출받은 상황에서, 임채무로서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시설도 미로체험부터 가상현실 공간, 슬롯 레이싱카, 게임 센터, 실내 키즈 파크, 미니콘서트 카페 등 다양하게 확충해 관리 유지 차원에서라도 그랬다.

그러나 임채무는 입장료를 받자 욕도 많이 쏟아졌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무료로 하다 갑자기 요금을 받으니 많은 분의 지탄이…. 오픈하자마자 육두문자가 쏟아지더라고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분이 더 많으니까, 버텨보려고요.

"
임채무는 왜 거액의 빚을 지면서까지 두리랜드를 놓지 못하는 것일까.

그는 천진하게 "두리랜드에 오는 모든 사람이 그저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걸 돈 벌려고 하겠습니까.

돈 벌고 싶으면 안 쓰고 갖고 있는 게 낫겠죠. 하지만 내가 죽더라도 여기 오는 모든 분에게 오래 기억됐으면 해요.

그건 '자긍심'입니다.

또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내 표정도 좋아졌어요.

"
두리랜드 재개장 임채무 "그저 모든 사람 즐거웠으면"
임채무는 두리랜드 운영 철학과 알찬 이용 방법에 대한 설명도 아끼지 않았다.

"요새는 온실 속에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두리랜드는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종일 모험을 할 수 있어요.

투명 유리로 만든 담력 증진 공간, 외줄과 암벽 타기 같은 것도 있죠. 이런 걸 하다 보면 역경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잠재력이 알게 모르게 생길 거예요.

"
그는 이어 "두리랜드 키즈카페는 온종일 '프리'(free)다.

아이들이 재밌게 노는데 다른 데처럼 몇 시간 지났으니 나가라고 하면 야멸차지 않냐"고 웃었다.

그러면서 "교육동에서는 안전 교육도 이뤄진다.

심폐소생술, 불 끄기 같은 교육을 가족들끼리 와서 받으면 참 좋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두리랜드 재개장 임채무 "그저 모든 사람 즐거웠으면"
두리랜드에 대한 이야기로만 1시간 가까이 채우면서도 내내 미소를 보이는 임채무 모습에서 "늙지 않는 비법"이라고 한 그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일흔이 넘어서도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게 노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채무는 1980년대 배우로서 전성기를 거쳐 어느덧 데뷔 5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근에도 SBS TV 아침극 '맛 좀 보실래요'에 출연하며 본업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별다른 꿈은 없다.

그저 주어진 역할이면 다 하는 게 배우 아니겠느냐"고 담담하게 말한다.

"두리랜드를 운영하면서 그랬듯, 앞으로 남은 황혼의 삶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내 주관대로 살 거예요.

그래야 내일 천지가 개벽해도 후회 안 할 테니까.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