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워런 버핏을 누른 Fed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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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매력적인 어떤 것(주식)을 보지 못했다.”
지난 2일 온라인 주주총회에 나선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의 말입니다. 보유현금이 사상 최대인 1370억달러로 불어난 배경입니다. 그가 매력적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건 미 중앙은행(Fed) 때문이었습니다.
버핏은 "(과거 위기 때는) Fed가 행동하기 전에 (주식을 고를) 시간이 있었다. 도와달라는 전화도 종종 받았었다. 이번에도 Fed가 움직인 뒤 전화를 해온 기업들이 있었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가 제시한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에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Fed가 회사채, 기업어음(CP)은 물론 정크본드까지 매입키로 하는 통에 좋은 투자 기회를 잃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3월23일 이후 뉴욕 증시의 랠리에선 Fed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합니다. 4월29일까지 Fed의 자산은 6조6559억달러까지 폭증했습니다. 3월초 4조2000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두달 새 2조5000억달러 가량 증가한 겁니다.
찰스슈왑에 따르면 Fed가 공급한 유동성과 연방정부의 부양책을 더하면 올해 추정 미 국내총생산(GDP)의 26%에 달하는 돈이 투입됐습니다. 4일(현지시간) Fed에서 공개시장조작 업무를 맡고 있는 뉴욕연방은행은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달 초부터 회사채를 매입하는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PMCCF)과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SMCCF)가 자산 매입을 시작할 것이란 내용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3월23일 Fed가 회사채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특수목적기구(SPV)입니다.
그러면서 "SMCCF는 5월초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구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PMCCF도 곧 운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PMCCF는 발행시장에서 투자적격 회사채, 혹은 신디케이트론이나 채권 일부를 사들일 예정입니다. SMCCF는 유통시장에서 투자적격 회사채, 지난 3월22일까지는 투자등급이었지만 이후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타락 천사'(폴른 엔젤) 발행 회사채, 그리고 미국 회사채 ETF와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ETF를 매입하게됩니다.
이중 하이일드 회사채 ETF는 '타락 천사'가 아닌 정크본드까지 매입한다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Fed가 모든 회사채를 사들이게됩니다.
월가의 한 채권 펀드매니자는 "이는 Fed가 이제 '월스트리트'에서 '메인스트리트'로 중심을 옮겨간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는 금융사, '메인스트리트'는 일반 기업을 뜻합니다. 즉 그동안 Fed가 금융시장 안정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일반 기업들의 생존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에게 직접 유동성 투입에 나선다는 얘기입니다. 한 예로 Fed는 지난달 한주에 600억달러에 달했던 국채 매입 규모를 이번주 80억달러까지 줄였습니다. (물론 재무부가 2분기 2조999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찍으면 또 매입 규모를 늘릴 수 밖에 없겠지요.) 이는 어떻게보면 금융시장은 Fed의 관심사에서 조금 멀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펀드매니저는 "금융시장은 충분히 안정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경제 봉쇄가 두 달 째 들어가면서 자칫 기업들이 줄파산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지원하는 데 촛점을 맞추는 것"이라며 "그동안 유동성 투입의 가장 큰 수혜를 봤던 금융시장은 당분간 Fed의 관심에서 약간 소외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실물경제가 엉망인데, 더 이상 뉴욕증시가 오른다면 오버슈팅"이라며 "이제는 메인스트리트 회사들을 발벗고 지원할 타이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기업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손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인건비와 운영비를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을 통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은 오늘 "경기 부양에 현재 3조 달러를 투입했다.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넣어야 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Fed가 이제 기업들의 회사채 롤오버(만기 연장)를 돕기위해 회사채 시장 개입을 시작하는 겁니다. 운영자금도 모자란 상황에서 회사채 만기를 맞으면 파산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날 의류회사 J크루가 파산을 신청했으며, 100년 기업 렌트카 허츠를 비롯해 고급 백화점 니먼마커스, JC페니 등 많은 기업이 파산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애플, 아마존 같은 기업도 향후 실적 전망을 철회한 상황에서 Fed가 회사채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회사채 시장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주말 버핏이 "매력적인 걸 찾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충격에서 금세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이날 아침 증시엔 다시 위기감이 가득했습니다. 버핏이 "누구도 내일이나 다음주, 다음달, 내년에 시장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미국에 베팅할 수 있다. 하지만 베팅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한다. 단순히 말해 시장이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내일 뭐가 발생할 지 모른다"고 여러 차례 불확실성을 강조한 탓입니다.
미중 무역전쟁 재개 가능성도 불안감을 더했습니다. 게다가 하필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5월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스티븐 서트마이어 기술적 분석가는 S&P500 지수가 강력한 저항대인 3000~3027선에 바짝 다가섰다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3월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것"이란 관측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주 "숏에 베팅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미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S&P500 지수가 1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증시가 폭락하기엔 풀린 돈이 너무 많다는 게 다수의 예상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전략가는 이날 "10% 정도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잠시 좋은 휴식(refresh)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란 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제한적인 Fed의 유동성 투입이 살아있고, 미 행정부의 계속되는 부양책도 금융시장을 지원할 것이란 뜻입니다.
JP모간도 이날 Fed와 정부 부양책을 이유로 들면서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언더웨이트'(underweight)에서 '중립'으로 올렸습니다.
이날 버핏의 발언 여파, 그리고 미중무역전쟁 먹구름으로 뉴욕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수세가 가세해 결국 다우 지수는 0.11%, S&P 500은 0.42%, 나스닥은 1.23%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Fed가 오늘은 이긴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3월 바닥을 다시 테스트하기에는 Fed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풀린 돈도 너무 많다"며 "조정이 이뤄져도 건전한 수준의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증시가 3월 바닥 수준으로 가면 Fed의 주식 ETF 매입 얘기가 다시 나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5월에 팔고 떠나라"는 말은 월가 펀드매니저들이 여름 휴가를 가기 전에 주식을 정리하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월가의 운용사들 성과가 너무나 처참한 상황"이라며 "펀드 매니저들은 휴가가면 잘릴 수 있는데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로 휴가갈 곳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지난 2일 온라인 주주총회에 나선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의 말입니다. 보유현금이 사상 최대인 1370억달러로 불어난 배경입니다. 그가 매력적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건 미 중앙은행(Fed) 때문이었습니다.
버핏은 "(과거 위기 때는) Fed가 행동하기 전에 (주식을 고를) 시간이 있었다. 도와달라는 전화도 종종 받았었다. 이번에도 Fed가 움직인 뒤 전화를 해온 기업들이 있었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가 제시한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에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Fed가 회사채, 기업어음(CP)은 물론 정크본드까지 매입키로 하는 통에 좋은 투자 기회를 잃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3월23일 이후 뉴욕 증시의 랠리에선 Fed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합니다. 4월29일까지 Fed의 자산은 6조6559억달러까지 폭증했습니다. 3월초 4조2000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두달 새 2조5000억달러 가량 증가한 겁니다.
찰스슈왑에 따르면 Fed가 공급한 유동성과 연방정부의 부양책을 더하면 올해 추정 미 국내총생산(GDP)의 26%에 달하는 돈이 투입됐습니다. 4일(현지시간) Fed에서 공개시장조작 업무를 맡고 있는 뉴욕연방은행은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달 초부터 회사채를 매입하는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PMCCF)과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SMCCF)가 자산 매입을 시작할 것이란 내용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3월23일 Fed가 회사채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특수목적기구(SPV)입니다.
그러면서 "SMCCF는 5월초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구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PMCCF도 곧 운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PMCCF는 발행시장에서 투자적격 회사채, 혹은 신디케이트론이나 채권 일부를 사들일 예정입니다. SMCCF는 유통시장에서 투자적격 회사채, 지난 3월22일까지는 투자등급이었지만 이후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타락 천사'(폴른 엔젤) 발행 회사채, 그리고 미국 회사채 ETF와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ETF를 매입하게됩니다.
이중 하이일드 회사채 ETF는 '타락 천사'가 아닌 정크본드까지 매입한다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Fed가 모든 회사채를 사들이게됩니다.
월가의 한 채권 펀드매니자는 "이는 Fed가 이제 '월스트리트'에서 '메인스트리트'로 중심을 옮겨간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는 금융사, '메인스트리트'는 일반 기업을 뜻합니다. 즉 그동안 Fed가 금융시장 안정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일반 기업들의 생존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에게 직접 유동성 투입에 나선다는 얘기입니다. 한 예로 Fed는 지난달 한주에 600억달러에 달했던 국채 매입 규모를 이번주 80억달러까지 줄였습니다. (물론 재무부가 2분기 2조999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찍으면 또 매입 규모를 늘릴 수 밖에 없겠지요.) 이는 어떻게보면 금융시장은 Fed의 관심사에서 조금 멀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펀드매니저는 "금융시장은 충분히 안정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경제 봉쇄가 두 달 째 들어가면서 자칫 기업들이 줄파산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지원하는 데 촛점을 맞추는 것"이라며 "그동안 유동성 투입의 가장 큰 수혜를 봤던 금융시장은 당분간 Fed의 관심에서 약간 소외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실물경제가 엉망인데, 더 이상 뉴욕증시가 오른다면 오버슈팅"이라며 "이제는 메인스트리트 회사들을 발벗고 지원할 타이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기업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손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인건비와 운영비를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을 통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은 오늘 "경기 부양에 현재 3조 달러를 투입했다.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넣어야 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Fed가 이제 기업들의 회사채 롤오버(만기 연장)를 돕기위해 회사채 시장 개입을 시작하는 겁니다. 운영자금도 모자란 상황에서 회사채 만기를 맞으면 파산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날 의류회사 J크루가 파산을 신청했으며, 100년 기업 렌트카 허츠를 비롯해 고급 백화점 니먼마커스, JC페니 등 많은 기업이 파산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애플, 아마존 같은 기업도 향후 실적 전망을 철회한 상황에서 Fed가 회사채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회사채 시장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주말 버핏이 "매력적인 걸 찾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충격에서 금세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이날 아침 증시엔 다시 위기감이 가득했습니다. 버핏이 "누구도 내일이나 다음주, 다음달, 내년에 시장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미국에 베팅할 수 있다. 하지만 베팅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한다. 단순히 말해 시장이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내일 뭐가 발생할 지 모른다"고 여러 차례 불확실성을 강조한 탓입니다.
미중 무역전쟁 재개 가능성도 불안감을 더했습니다. 게다가 하필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5월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스티븐 서트마이어 기술적 분석가는 S&P500 지수가 강력한 저항대인 3000~3027선에 바짝 다가섰다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3월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것"이란 관측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주 "숏에 베팅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미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S&P500 지수가 1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증시가 폭락하기엔 풀린 돈이 너무 많다는 게 다수의 예상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전략가는 이날 "10% 정도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잠시 좋은 휴식(refresh)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란 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제한적인 Fed의 유동성 투입이 살아있고, 미 행정부의 계속되는 부양책도 금융시장을 지원할 것이란 뜻입니다.
JP모간도 이날 Fed와 정부 부양책을 이유로 들면서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언더웨이트'(underweight)에서 '중립'으로 올렸습니다.
이날 버핏의 발언 여파, 그리고 미중무역전쟁 먹구름으로 뉴욕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수세가 가세해 결국 다우 지수는 0.11%, S&P 500은 0.42%, 나스닥은 1.23%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Fed가 오늘은 이긴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3월 바닥을 다시 테스트하기에는 Fed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풀린 돈도 너무 많다"며 "조정이 이뤄져도 건전한 수준의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증시가 3월 바닥 수준으로 가면 Fed의 주식 ETF 매입 얘기가 다시 나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5월에 팔고 떠나라"는 말은 월가 펀드매니저들이 여름 휴가를 가기 전에 주식을 정리하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월가의 운용사들 성과가 너무나 처참한 상황"이라며 "펀드 매니저들은 휴가가면 잘릴 수 있는데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로 휴가갈 곳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