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기업 구조조정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됐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효과가 예전만 못합니다. 기업의 환경도, 채권단의 분위기도 모두 달라졌기 때문이죠.”

나종선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 운영부문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기업의 상태가 더 좋으면 워크아웃, 안 좋으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라는 도식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의 초기 설계자 중 한 명인 그가 요즘 상황에선 법정관리 체제가 더 맞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나 대표는 우리은행 출신으로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간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외환위기 때 이헌재 초대 금융감독위원장과 이성규 전 유암코(연합자산관리) 사장 등과 호흡을 맞췄던 우리은행의 핵심 팀원이었다. 이후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장까지 지낸 뒤 2015년 11월 유암코의 초대 기업구조조정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부터 유암코가 투자한 백판지 회사 세하에서 부사장을 맡다가 지난 4월부터 오퍼스PE의 운영 부분을 담당하는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나 대표는 “외환위기 직후에는 구조조정을 하는 대기업들의 경우 은행 채권이 90%에 달했고 특정 기업, 특정 업종이 아니라 다 같이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채권단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며 “대기업 구조조정에는 워크아웃이 효과적이었다”고 돌아봤다. 당시의 법정관리와 화의, 파산 등의 제도로는 여러 기업의 구조조정을 한번에 처리하기 어려웠기에 워크아웃 제도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워크아웃 성공 사례가 더 이상 나오기 쉽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과거에는 모두 다 채권이 물려 있어 채권단 간 협조가 잘 됐고, 대상 기업이 시장 지배력이 있었지만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채권 중 1금융권 여신 비율이 줄어들면서 채권단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기업환경의 변화도 워크아웃 제도의 효력을 약화시킨다는 진단이다. 외환위기 때는 글로벌 경제 대비 한국 경제가 특히 악화된 상황이었지만 최근에는 한국 경제만 두드러지게 나쁜 것이 아니어서 기업에 대한 지원이 결과를 낳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나 대표는 최근 상황에 필요한 기업 구조조정 방법으론 “법정관리의 역할이 좀 더 커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법정관리는 일단 채권 채무 권리관계를 깨끗이 하는 장점이 있다”며 “법정관리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만큼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할 수 있고, 이왕 신규자금을 준다면 권리관계가 깨끗해진 뒤에 주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