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논설실] 페이스북, 넷플릭스 다음은?…화 부른 '망 중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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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 간 망 사용료 갈등은 터질 게 터졌다고 봐야 한다. 그 다음은 구글일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과 통신사 간 소송도 배제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모호한 망(網) 중립성 가이드라인부터 문제였다. 2011년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4항 ‘차단 금지’와 5항 ‘불합리한 차별 금지’에 담긴 내용은 사뭇 혼란스럽다.
4항 차단 금지: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는 망에 위해가 되지 않는 기기 또는 장치를 차단해서는 안된다. 다만,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안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5항 불합리한 차별 금지: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의 유형 또는 제공자 등에 따라 합법적인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된다. 다만,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그러하지 않는다.
◇ 망 중립성이냐, 트래픽 관리냐
망 중립성의 핵심인 4항,5항부터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6항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에 이르면 더욱 헷갈린다.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은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일시적인 과부하 등에 따른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등에 인정된다는 내용이다. 나아가 7항에는 인터넷접속서비스사업자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터넷 제공 방식과 다른 트래픽 관리기술 등을 통해 전송 대역폭 등 트래픽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대목은 지금 일어나는 망 이용료 분쟁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는 망 중립성 밖에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콘텐츠사업자(CP)와 망 사업자(ISP)가 서로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서 부딪히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다. 지금처럼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가 폭주하는 상황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차라리 현실에 솔직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 CP들도 통신사에 이미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
◇ 국내·해외 CP 역차별 왜?
국내에서 망 이용료 분쟁이 더욱 주목받게 된 것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와 넷플릭스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CP 간 역차별 문제 때문이다. 국회가 넷플릭스의 국내 통신망 무임승차를 손보겠다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CP들에도 ‘서비스(망) 안정성(품질) 유지의 의무’를 지우겠다는 것이다.
역차별이 왜 일어나는지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글로벌 CP가 망 중립성을 빌미로 망 이용료를 안내겠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갑을 관계’가 다른 탓이다. 국내 CP와 국내 망 사업자 중 아쉬운 쪽은 국내 CP 쪽이다. 글로벌 CP와 국내 망 사업자 중 아쉬운 쪽은 국내 망 사업자 쪽이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국내 CP와 글로벌 CP 간 망 이용료 역차별이다. 국내 CP로서는 동등한 경쟁 조건이 아니니 불공정 문제를 제기할 만하다.
불행히도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까지 내놓은 방통위는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국회의 법 개정은 역차별을 바로 없애 줄까?
◇ 국내 CP,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
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국회의 법 개정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역차별을 문제삼던 이들이 왜 법 개정에 반대할까? 여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법이 개정돼도 현실적으로 역차별 해소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되면 결국 법의 부담이 어디로 가겠는가? 이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통신사와 글로벌 CP 간 분쟁의 불똥이 자신들 쪽으로 튀면서 부당하게 망 품질 의무가 더해지는 것을 우려한다. 그것은 곧 비용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역차별 해소에는 두가지 기본 방향이 있을 것이다. 글로벌 CP에 망 이용료를 올려서 맞추는 쪽과 국내 CP에 망 이용료를 내려서 맞추는 쪽이다. 국내 CP가 어느 쪽을 바랄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실제로 국내 CP는 망 비용의 산정구조와 불투명성에 불만이 크다. 국내 CP의 법 개정 반대는 역차별보다 망 이용료의 적정성 문제가 더 본질적인 이슈임을 말해주고 있다.
◇ 이용자들은 어떤 영향을 받나?
글로벌 CP는 이용자가 이미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데 왜 이중으로 내야 하느냐고 말한다. 이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이용자에 전가하겠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CP도 서비스 안정성의 유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망 사업자의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CP가 안 내면 이용자로의 비용 전가 가능성을 깔고 있다. 이용자들이 글로벌 CP와 통신사간 분쟁을 남의 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용자 후생 관점에서는 망 사업자와 CP간 선순환 구조 속에 망 사업자 간, CP 간 경쟁이 활성화될수록 좋다.
◇ 해법은 없을까?
망 이용료 분쟁이 생길 때마다 정부가 개입하고 법을 고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의 고시와 가이드라인으로 될 일도 아니다. 페이스북과 통신사 간 분쟁은 2016년 정부의 상호접속기준 고시 개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망 사업자 간 경쟁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지금이라도 시장 자율에 맡길 것과 법적으로 규정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망 이용료 문제는 기본적으로 통신사와 CP간 협상과 계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다만, 이용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게 법적으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역차별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적정한 망 이용료와 관련한 통신사간 경쟁 촉진은 정부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ahs@hankyung.com
방송통신위원회의 모호한 망(網) 중립성 가이드라인부터 문제였다. 2011년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4항 ‘차단 금지’와 5항 ‘불합리한 차별 금지’에 담긴 내용은 사뭇 혼란스럽다.
4항 차단 금지: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는 망에 위해가 되지 않는 기기 또는 장치를 차단해서는 안된다. 다만,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안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5항 불합리한 차별 금지: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의 유형 또는 제공자 등에 따라 합법적인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된다. 다만,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그러하지 않는다.
◇ 망 중립성이냐, 트래픽 관리냐
망 중립성의 핵심인 4항,5항부터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6항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에 이르면 더욱 헷갈린다.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은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일시적인 과부하 등에 따른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등에 인정된다는 내용이다. 나아가 7항에는 인터넷접속서비스사업자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터넷 제공 방식과 다른 트래픽 관리기술 등을 통해 전송 대역폭 등 트래픽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대목은 지금 일어나는 망 이용료 분쟁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는 망 중립성 밖에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콘텐츠사업자(CP)와 망 사업자(ISP)가 서로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서 부딪히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다. 지금처럼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가 폭주하는 상황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차라리 현실에 솔직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 CP들도 통신사에 이미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
◇ 국내·해외 CP 역차별 왜?
국내에서 망 이용료 분쟁이 더욱 주목받게 된 것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와 넷플릭스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CP 간 역차별 문제 때문이다. 국회가 넷플릭스의 국내 통신망 무임승차를 손보겠다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CP들에도 ‘서비스(망) 안정성(품질) 유지의 의무’를 지우겠다는 것이다.
역차별이 왜 일어나는지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글로벌 CP가 망 중립성을 빌미로 망 이용료를 안내겠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갑을 관계’가 다른 탓이다. 국내 CP와 국내 망 사업자 중 아쉬운 쪽은 국내 CP 쪽이다. 글로벌 CP와 국내 망 사업자 중 아쉬운 쪽은 국내 망 사업자 쪽이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국내 CP와 글로벌 CP 간 망 이용료 역차별이다. 국내 CP로서는 동등한 경쟁 조건이 아니니 불공정 문제를 제기할 만하다.
불행히도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까지 내놓은 방통위는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국회의 법 개정은 역차별을 바로 없애 줄까?
◇ 국내 CP,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
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국회의 법 개정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역차별을 문제삼던 이들이 왜 법 개정에 반대할까? 여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법이 개정돼도 현실적으로 역차별 해소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되면 결국 법의 부담이 어디로 가겠는가? 이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통신사와 글로벌 CP 간 분쟁의 불똥이 자신들 쪽으로 튀면서 부당하게 망 품질 의무가 더해지는 것을 우려한다. 그것은 곧 비용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역차별 해소에는 두가지 기본 방향이 있을 것이다. 글로벌 CP에 망 이용료를 올려서 맞추는 쪽과 국내 CP에 망 이용료를 내려서 맞추는 쪽이다. 국내 CP가 어느 쪽을 바랄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실제로 국내 CP는 망 비용의 산정구조와 불투명성에 불만이 크다. 국내 CP의 법 개정 반대는 역차별보다 망 이용료의 적정성 문제가 더 본질적인 이슈임을 말해주고 있다.
◇ 이용자들은 어떤 영향을 받나?
글로벌 CP는 이용자가 이미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데 왜 이중으로 내야 하느냐고 말한다. 이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이용자에 전가하겠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CP도 서비스 안정성의 유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망 사업자의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CP가 안 내면 이용자로의 비용 전가 가능성을 깔고 있다. 이용자들이 글로벌 CP와 통신사간 분쟁을 남의 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용자 후생 관점에서는 망 사업자와 CP간 선순환 구조 속에 망 사업자 간, CP 간 경쟁이 활성화될수록 좋다.
◇ 해법은 없을까?
망 이용료 분쟁이 생길 때마다 정부가 개입하고 법을 고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의 고시와 가이드라인으로 될 일도 아니다. 페이스북과 통신사 간 분쟁은 2016년 정부의 상호접속기준 고시 개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망 사업자 간 경쟁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지금이라도 시장 자율에 맡길 것과 법적으로 규정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망 이용료 문제는 기본적으로 통신사와 CP간 협상과 계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다만, 이용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게 법적으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역차별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적정한 망 이용료와 관련한 통신사간 경쟁 촉진은 정부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