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재추진社 뺏어오자" 증권사는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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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 4월 상장 '제로'
수수료 급감에 IB업계 '비상'
올 상장 철회·연기한 기업들
물밑 접촉해 주관사 교체 설득
수수료 급감에 IB업계 '비상'
올 상장 철회·연기한 기업들
물밑 접촉해 주관사 교체 설득
A증권사 사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상장철회 기업 목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주요 임원에게 이들 기업을 집중 공략할 것을 지시했다. 기업들이 마음을 바꿔 다시 상장을 추진할 때 주관사 자리를 꿰차기 위해서다. B증권사 직원들도 지난달부터 상장 일정을 연기한 기업들을 비밀리에 접촉해 주관사를 바꾸라고 설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기업공개(IPO)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증권사 간에 상장 예비기업을 ‘가로채기’하려는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때마침 상장을 주저하거나 미루는 기업이 늘면서 가로채기 ‘대상’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분주해진 상장 재도전 후보 확보경쟁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상장 주관사 교체를 도모하려는 물밑작업이 격화되고 있다. IB업계가 상장 예비기업들의 주관사 ‘물갈이’를 노리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있다. 예정됐던 상장이 갑자기 무산된 사례가 속출하면서 역설적으로 IPO업계에는 주관사 교체를 타진해볼 대상이 늘었다. 올 들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회사만 메타넷엠플랫폼, 엘에스이브이코리아, 노브메타마, 와이디생명과학 등 9개에 이른다. 상장을 철회하면 예비심사 청구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해 주관사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속칭 ‘나가리 딜’ 시장이 크게 들어선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이라는 예상 밖 요인 탓에 상장 작업을 멈춘 것이기에 이들 기업은 시장 상황만 좋아지면 언제든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IB업계는 증시 입성에 실패한 ‘이무기’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 상장 주관사 교체가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도 경쟁에 불을 붙였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말 IPO 주관사를 한국투자증권 단독체제에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공동주관사체제로 바꿨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노리는 리디와 젠큐릭스, 와이팜 등도 주관사를 바꿨다.
주관사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나 페널티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도 가로채기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장에 실패했거나 주관사 측에 결격 사유가 생겼을 때 주관사를 바꾸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기업이 변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도의보다 실적이 우선
과거에는 상장 주관사를 가로채는 것을 두고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증권사 IB 업무의 주요 수입원인 IPO 수수료가 급감하면서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월 상장 건수가 0건이었다. 당장의 실적 확보가 급한 상황에 몰린 것이다.
독특한 주관사 계약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들은 기업공개가 마무리된 뒤 수수료를 정산받는다. 초기 계약금도 없다. 상장 전에는 인건비, 자문료 등을 받을 수 없다. 상장 작업을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는 증권사가 승자가 되는 구조다.
업계는 당분간 실적을 채우기 위한 주관사 뺏기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상장을 진행한 기업들은 시장에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어 기업 가치 산정이나 수요 예측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 번 상장을 추진해본 기업들은 업무 이해도가 높고 주관사에 협조적”이라며 “예정된 대어급 IPO가 없다는 점도 기존 고객 쟁탈전을 가속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기업공개(IPO)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증권사 간에 상장 예비기업을 ‘가로채기’하려는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때마침 상장을 주저하거나 미루는 기업이 늘면서 가로채기 ‘대상’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분주해진 상장 재도전 후보 확보경쟁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상장 주관사 교체를 도모하려는 물밑작업이 격화되고 있다. IB업계가 상장 예비기업들의 주관사 ‘물갈이’를 노리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있다. 예정됐던 상장이 갑자기 무산된 사례가 속출하면서 역설적으로 IPO업계에는 주관사 교체를 타진해볼 대상이 늘었다. 올 들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회사만 메타넷엠플랫폼, 엘에스이브이코리아, 노브메타마, 와이디생명과학 등 9개에 이른다. 상장을 철회하면 예비심사 청구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해 주관사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속칭 ‘나가리 딜’ 시장이 크게 들어선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이라는 예상 밖 요인 탓에 상장 작업을 멈춘 것이기에 이들 기업은 시장 상황만 좋아지면 언제든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IB업계는 증시 입성에 실패한 ‘이무기’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 상장 주관사 교체가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도 경쟁에 불을 붙였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말 IPO 주관사를 한국투자증권 단독체제에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공동주관사체제로 바꿨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노리는 리디와 젠큐릭스, 와이팜 등도 주관사를 바꿨다.
주관사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나 페널티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도 가로채기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장에 실패했거나 주관사 측에 결격 사유가 생겼을 때 주관사를 바꾸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기업이 변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도의보다 실적이 우선
과거에는 상장 주관사를 가로채는 것을 두고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증권사 IB 업무의 주요 수입원인 IPO 수수료가 급감하면서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월 상장 건수가 0건이었다. 당장의 실적 확보가 급한 상황에 몰린 것이다.
독특한 주관사 계약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들은 기업공개가 마무리된 뒤 수수료를 정산받는다. 초기 계약금도 없다. 상장 전에는 인건비, 자문료 등을 받을 수 없다. 상장 작업을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는 증권사가 승자가 되는 구조다.
업계는 당분간 실적을 채우기 위한 주관사 뺏기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상장을 진행한 기업들은 시장에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어 기업 가치 산정이나 수요 예측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 번 상장을 추진해본 기업들은 업무 이해도가 높고 주관사에 협조적”이라며 “예정된 대어급 IPO가 없다는 점도 기존 고객 쟁탈전을 가속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