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방역 성공 도운 '적극행정'
‘참 이상한 나라’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요즘 화제다. ‘참 이상한 나라’ 국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 속에서도 마스크를 기부한다. 전국 의사와 간호사들은 코로나19 현장을 자원해 찾아간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참 이상한 나라’에서는 신규 확진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참 이상한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불과 몇 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체계는 ‘K방역’으로 불리며 국제적 본보기가 되고 있다. K방역의 극적인 성공 스토리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의료진의 헌신 덕이다.

또 하나의 숨은 조력자가 있다면 ‘적극행정’이 아닐까 한다. 이번 위기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현장에 필요한 것을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법과 제도에 따른 절차는 사후적으로 보완했다. 전례가 없는 신속하고 과감한 적극행정이었다.

최근 두 달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적극행정 지원위원회’ 또는 ‘사전컨설팅’을 거쳐 시행된 적극행정 사례가 200건이 넘는다. 일례로 병원 내 2차 감염 예방을 위해 전화상담 및 처방이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돼 4월 19일까지 13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조기 진단에 필요한 이동형 엑스레이 장비는 ‘선 사용 후 검사’를 통해 전국 선별진료소에 신속히 설치됐다. 적극행정 지원위원회를 거쳐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성과다.

또 긴밀한 민관 협업을 통해 진단키트를 개발했고 빠른 상용화를 위해 종전에는 80일 이상 걸리던 허가를 7일 만에 승인했다. 진단키트 덕에 검사 결과 확인에 걸리는 시간이 기존 최대 2일에서 6시간으로 줄고 검사의 편의성도 한층 높아졌다.

전례없이 신속하고 과감한 적극행정이 가능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적극행정 제도화’에 있다. 과거 구호에 그친 적극행정은 지난해 8월 인사혁신처의 ‘적극행정 운영규정’ 제정으로 명문화됐다. 이를 통해 공무원들이 감사와 징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국민을 위한 적극행정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됐다.

법령이 불명확해 적극적 판단이 어려운 경우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적극행정 지원위원회와 사전컨설팅이 전 부처에 도입됐다. ‘적극행정 면책’도 강화되면서 ‘적극행정은 확실히 보호받는다’는 인식이 공직사회에 확산됐다.

이 같은 제도화된 적극행정이 없었다면 공무원들이 현장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과 의료진을 뒷받침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새로운 적극행정 패러다임에 힘입어 공무원들은 ‘적극적 문제 해결자’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제 K방역에 이어 K적극행정이 민생 회복과 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국민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