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삼풍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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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좋아하는 발주문화 개선
부패사슬의 고리도 끊어 버리고
건설 관련자 윤리의식 강화해야
김종훈 < 한미글로벌 회장·前 건설산업선진화위원장 >
부패사슬의 고리도 끊어 버리고
건설 관련자 윤리의식 강화해야
김종훈 < 한미글로벌 회장·前 건설산업선진화위원장 >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2분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당시 타임지는 이 사고를 ‘부패의 종합판’이라고 규정했다. 사망자만 501명, 중·경상자와 실종자가 1000여 명에 달한, 대한민국 수립 후 최대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였다. 필자는 당시 S그룹 회사 소속 건설회사에서 품질·안전실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담당하는 책임자로 사고 현장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며 참상을 목격했다.
이후 2005년 삼풍사고 10주년을 맞아 삼풍사고의 교훈이 무엇인지,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로 세미나를 개최했지만 관련 업체, 정부, 관계자에게 외면당했다. 20주년인 201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세미나에서 내려진 결론은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대형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위험 사회’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른 삼풍 사고인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로 38명이 희생됐다.
무엇이 문제여서 이런 원시적인 대형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일까?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면 세 가지만 확실히 하면 된다. 첫째, 안전에 대한 발주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발주자가 안전에 무관심하고 저가만 선호하면 프로젝트의 안전이 확보되기 힘들다.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도 ‘싸구려’가 초래한 참사다. 설계사는 인화성이 강한 자재를 설계에 반영했고, 감리사는 하나마나 한 감리를, 시공사는 안전은 안중에 없는 건설을 한 결과다. 발주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그룹조차 원가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발주자를 대변하는 용역 업체를 싼 가격이란 잣대로 발주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프로젝트 관리가 되기 힘들다.
둘째, 부정·부패의 문제다. 공공의 경우가 더욱 심각한데 정부 발주, 조달청, 공기업의 공사·설계·감리·CM(건설사업관리) 등 발주에는 상당 부분 부패의 먹이 사슬이 작동한다. 우리나라가 ‘사고 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부패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조달청, 공공기관의 발주 심사 과정의 심사위원들 문제다. 이들은 일부이긴 하지만 부패의 먹이 사슬에 관련돼 있다. 영국에서는 공공 발주자 개혁을 위해 건설산업 혁신에 초점을 두고 25년간 발주자 혁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안전·품질·생산성 향상·원가절감 등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셋째, 업체에 대한 책임이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설계 업체의 권한이 매우 강하고 비용도 우리보다 2~3배 많이 받는 대신 설계에 대한 책임도 크다. 설계 잘못으로 안전사고나 화재가 발생하면 여지없이 엄청난 액수의 소송이 들어온다. 주요 선진국 중 우리처럼 법적 감리를 하는 나라는 없지만 안전사고율은 우리에 비해 획기적으로 낮다. 우리나라 감리제도는 1986년 도입돼 계속 강화됐지만, 거의 유명무실하고 사고 예방기능도 못하고 있다.
건설 선진국에서는 프로젝트 계획 단계부터 시작해 설계·발주 단계 등 시공 전에 도면상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노력을 한다. 도면상에서 미리 지어보기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공 중에 잘못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어 안전사고율이 낮아진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위험 사회이고, ‘삼풍 사고’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안전관리 전문가들의 견해다. 싸구려를 선호하는 발주 문화와 부패사슬의 고리를 단절해야 하고, 건설 관련자의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주체가 발주자다. 발주자가 변하지 않으면 건설의 미래, 안전의 미래는 없다. 제값 주고 제대로 시키고 업체는 직업윤리와 기술자 정신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건축(건설)은 그 시대의 거울이다’라는 경구를 되새겨봐야 한다. 건설기술자의 한 사람으로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건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심심한 사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이후 2005년 삼풍사고 10주년을 맞아 삼풍사고의 교훈이 무엇인지,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로 세미나를 개최했지만 관련 업체, 정부, 관계자에게 외면당했다. 20주년인 201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세미나에서 내려진 결론은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대형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위험 사회’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른 삼풍 사고인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로 38명이 희생됐다.
무엇이 문제여서 이런 원시적인 대형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일까?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면 세 가지만 확실히 하면 된다. 첫째, 안전에 대한 발주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발주자가 안전에 무관심하고 저가만 선호하면 프로젝트의 안전이 확보되기 힘들다.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도 ‘싸구려’가 초래한 참사다. 설계사는 인화성이 강한 자재를 설계에 반영했고, 감리사는 하나마나 한 감리를, 시공사는 안전은 안중에 없는 건설을 한 결과다. 발주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그룹조차 원가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발주자를 대변하는 용역 업체를 싼 가격이란 잣대로 발주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프로젝트 관리가 되기 힘들다.
둘째, 부정·부패의 문제다. 공공의 경우가 더욱 심각한데 정부 발주, 조달청, 공기업의 공사·설계·감리·CM(건설사업관리) 등 발주에는 상당 부분 부패의 먹이 사슬이 작동한다. 우리나라가 ‘사고 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부패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조달청, 공공기관의 발주 심사 과정의 심사위원들 문제다. 이들은 일부이긴 하지만 부패의 먹이 사슬에 관련돼 있다. 영국에서는 공공 발주자 개혁을 위해 건설산업 혁신에 초점을 두고 25년간 발주자 혁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안전·품질·생산성 향상·원가절감 등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셋째, 업체에 대한 책임이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설계 업체의 권한이 매우 강하고 비용도 우리보다 2~3배 많이 받는 대신 설계에 대한 책임도 크다. 설계 잘못으로 안전사고나 화재가 발생하면 여지없이 엄청난 액수의 소송이 들어온다. 주요 선진국 중 우리처럼 법적 감리를 하는 나라는 없지만 안전사고율은 우리에 비해 획기적으로 낮다. 우리나라 감리제도는 1986년 도입돼 계속 강화됐지만, 거의 유명무실하고 사고 예방기능도 못하고 있다.
건설 선진국에서는 프로젝트 계획 단계부터 시작해 설계·발주 단계 등 시공 전에 도면상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노력을 한다. 도면상에서 미리 지어보기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공 중에 잘못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어 안전사고율이 낮아진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위험 사회이고, ‘삼풍 사고’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안전관리 전문가들의 견해다. 싸구려를 선호하는 발주 문화와 부패사슬의 고리를 단절해야 하고, 건설 관련자의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주체가 발주자다. 발주자가 변하지 않으면 건설의 미래, 안전의 미래는 없다. 제값 주고 제대로 시키고 업체는 직업윤리와 기술자 정신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건축(건설)은 그 시대의 거울이다’라는 경구를 되새겨봐야 한다. 건설기술자의 한 사람으로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건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심심한 사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