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쉬기' 학생도 어렵다…"성적 불리할까 봐 숨기고 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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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질환 있으면 죄다 결석할 판…"등교 전 체크리스트 촘촘하지 못해"
"아프면 쉬도록 내신·대입 경쟁 완화해야"…학교 '심리적 방역' 요구도 "기침을 달고 사는 아이인데 개학 연기 때문에 새 담임 선생님이 애를 본 적이 없잖아요.
일단 나오지 말라니까 서운하고 답답하죠. 안 나가면 출석이나 성적에 불이익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고요.
"
경기도 성남에 사는 학부모 고모(42)씨는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 김모(13)군의 등교를 앞두고 요새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이 많다.
김군은 초등학생 때 소아 천식을 앓은 적이 있고, 지금도 기관지가 약해 먼지만 조금 날려도 잔기침을 한다.
고씨는 "애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다 보니 매일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담아서 들고 다니게 하는 등 유별나게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후로는 학원도 다 끊고 집 밖에 잘 안 내보냈다"고 말했다.
김군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고, 지난 겨울에는 감기도 걸리지 않아서 열이 난 적도 없었다.
매일 습관처럼 잔기침을 하고 코를 훌쩍일 뿐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난 4일 발표한 등교 수업 지침에 따르면, 김군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첫 등교 수업일에 학교에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각 학교에서는 학년별 개학일 일주일 전부터 '가정 내 학생 건강 상태 온라인 설문'을 돌려서 학생들이 발열·기침·인후통·설사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 설문을 받으면 김군의 경우 '기침'과 '호흡 곤란'에 체크해야 하는데, 하나라도 체크하면 '등교 중지' 대상이 된다.
고씨는 "뉴스를 보고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로 문의했더니 '기저질환(지병)이 있는 학생의 출결에 대해서는 아직 공문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라면서 "우선은 등교 중지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다"고 푸념했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 현장에서는 김군 사례처럼 등교 수업 출결 관리 방안이 모든 학생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34)씨는 "학생 건강 체크리스트에 '미각·후각 마비'도 들어있는데, 비염 등 만성 질환 때문이어도 등교시키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면밀히 확인하라는 취지는 좋지만, 체크리스트가 촘촘하다기보단 그저 '나열식'으로 행정편의주의적"이라고 우려했다.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가 1학년 때부터 대입에 직결되는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아파도 숨기고 학교에 가야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박모(18)군은 "1학기 중간·기말고사랑 학생부가 얼마나 중요한데 열 좀 나고 기침한다고 빠지겠느냐"면서 "며칠 빠져서 대입에 불이익 생긴다고 교육부나 학교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종료하고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 체제로 전환하면서 '아프면 집에서 쉬기'를 앞으로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인들 사이에 휴가 문제나 불이익 우려 등을 감안하면 '아프면 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듯이 치열한 대입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이 내신·학생부에 미칠 악영향을 감수하며 등교를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등학교 교사 정모(35)씨는 "직장인들이 아프면 쉬도록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상병수당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냐"면서 "교육부도 학생들이 아프면 당연히 쉴 수 있도록 출결 및 평가 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생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이나 확진으로 결석하더라도 놀림이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도록 교육부가 '심리적 방역'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심리적 방역이란 장기화한 감염병 사태로 인한 스트레스와 특정 집단 혐오를 완화하는 조처다.
고씨는 아들 김군의 원격수업 화면을 살짝 봤다가 아들이 잔기침을 하자 곧바로 '코로나 아니냐'는 채팅이 올라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면서 "정부라면, 특히 교육부라면 아픈 아이들을 더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합뉴스
"아프면 쉬도록 내신·대입 경쟁 완화해야"…학교 '심리적 방역' 요구도 "기침을 달고 사는 아이인데 개학 연기 때문에 새 담임 선생님이 애를 본 적이 없잖아요.
일단 나오지 말라니까 서운하고 답답하죠. 안 나가면 출석이나 성적에 불이익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고요.
"
경기도 성남에 사는 학부모 고모(42)씨는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 김모(13)군의 등교를 앞두고 요새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이 많다.
김군은 초등학생 때 소아 천식을 앓은 적이 있고, 지금도 기관지가 약해 먼지만 조금 날려도 잔기침을 한다.
고씨는 "애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다 보니 매일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담아서 들고 다니게 하는 등 유별나게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후로는 학원도 다 끊고 집 밖에 잘 안 내보냈다"고 말했다.
김군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고, 지난 겨울에는 감기도 걸리지 않아서 열이 난 적도 없었다.
매일 습관처럼 잔기침을 하고 코를 훌쩍일 뿐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난 4일 발표한 등교 수업 지침에 따르면, 김군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첫 등교 수업일에 학교에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각 학교에서는 학년별 개학일 일주일 전부터 '가정 내 학생 건강 상태 온라인 설문'을 돌려서 학생들이 발열·기침·인후통·설사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 설문을 받으면 김군의 경우 '기침'과 '호흡 곤란'에 체크해야 하는데, 하나라도 체크하면 '등교 중지' 대상이 된다.
고씨는 "뉴스를 보고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로 문의했더니 '기저질환(지병)이 있는 학생의 출결에 대해서는 아직 공문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라면서 "우선은 등교 중지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다"고 푸념했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 현장에서는 김군 사례처럼 등교 수업 출결 관리 방안이 모든 학생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34)씨는 "학생 건강 체크리스트에 '미각·후각 마비'도 들어있는데, 비염 등 만성 질환 때문이어도 등교시키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면밀히 확인하라는 취지는 좋지만, 체크리스트가 촘촘하다기보단 그저 '나열식'으로 행정편의주의적"이라고 우려했다.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가 1학년 때부터 대입에 직결되는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아파도 숨기고 학교에 가야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박모(18)군은 "1학기 중간·기말고사랑 학생부가 얼마나 중요한데 열 좀 나고 기침한다고 빠지겠느냐"면서 "며칠 빠져서 대입에 불이익 생긴다고 교육부나 학교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종료하고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 체제로 전환하면서 '아프면 집에서 쉬기'를 앞으로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인들 사이에 휴가 문제나 불이익 우려 등을 감안하면 '아프면 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듯이 치열한 대입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이 내신·학생부에 미칠 악영향을 감수하며 등교를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등학교 교사 정모(35)씨는 "직장인들이 아프면 쉬도록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상병수당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냐"면서 "교육부도 학생들이 아프면 당연히 쉴 수 있도록 출결 및 평가 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생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이나 확진으로 결석하더라도 놀림이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도록 교육부가 '심리적 방역'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심리적 방역이란 장기화한 감염병 사태로 인한 스트레스와 특정 집단 혐오를 완화하는 조처다.
고씨는 아들 김군의 원격수업 화면을 살짝 봤다가 아들이 잔기침을 하자 곧바로 '코로나 아니냐'는 채팅이 올라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면서 "정부라면, 특히 교육부라면 아픈 아이들을 더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