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등장으로 영업익 10배 늘어
7일 오후 닌텐도는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실적을 발표한다. 게임업계와 증시 전문가의 관심은 닌텐도가 콘솔형 게임기인 스위치의 올해 판매목표를 얼마나 높여 잡느냐에 쏠리고 있다. 닌텐도는 올해 1800만대였던 연간 판매목표를 195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로 스위치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한 덕분이다. 작년 9월 발매한 경량형 모델 스위치라이트도 이미 판매목표를 달성했다. 스위치는 2017년 3월 발매 첫해(2016년 4월~2017년 3월 회계연도)에 274만대가 팔린 것을 시작으로 2017년 1505만대, 2018년 1695만대 등 판매량이 점점 늘고 있다. 신작 게임과 게임기는 3년째부터 판매량이 급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임업계에서 '3년차 절벽'으로 불리는 판매패턴을 닌텐도 스위치가 깨뜨리고 있다.
닌텐도는 2000년대 후반 가정용 콘솔 게임기인 '닌텐도 위'를 출시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잡으면서 주류에서 밀려났다. 2016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891억엔(약 5조6503억원)과 294억엔(약 3396억원)까지 줄었다. 스위치의 등장으로 닌텐도의 실적은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2018년 매출이 1조2006억엔, 영업익은 2497억엔까지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2500억엔의 매출과 3000억엔의 영업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스위치 출시 이후 이후 매출은 3배, 영업익은 10배 늘어난 셈이다.
◆전세계 월간 판매기록, 12일만에 깼다
올해 스위치 판매량이 기대를 모으는 건 지난 3월 출시한 신작 '모여봐요 동물의 숲' 덕분이다.무인도에 이주해 동료를 늘려가며 거리를 개발하는 내용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스위치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미국 조사회사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3월 한달간 동물의 숲은 500만대(다운로드 판매량 기준) 이상이 팔렸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동물의 숲은 3월20일 전세계에 동시발매됐기 때문에 불과 12일 만에 세운 기록이다. 3월13일 3만3220엔까지 떨어졌던 주가도 동물의 숲 출시 이후 본격적으로 반등해 4월24일 4만6900엔까지 올랐다.
동물의 숲을 즐기기 위해 스위치를 사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중고 스위치 가격이 뛰어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날을 맞아 스위치와 동물의 숲 구매대란이 벌어졌다. 일부 지역 전자제품 대리점에서 밤 새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자 이마트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한우리는 지난달부터 스위치를 추첨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 수혜주'인 닌텐도의 과제는 역시 코로나19다.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지난달에는 일본 내에서도 한때 출하가 중단되기도 했다. 스위치 부품 납품회사는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공급망의 30% 가량이 무너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1년 중 수요가 가장 많은 크리스마스 시즌까지도 재고를 충분히 비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작 게임 등 콘텐츠 개발도 코로나19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기밀정보가 많은 게임개발은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어려운데 소프트웨어 개발 위탁회사들은 대부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신작을 출시하기 전에 게임의 내용 등을 심사하는 기관인 컴퓨터엔터테인먼트레이팅기구(CERO)도 코로나19로 휴업 중이다.
닌텐도가 공을 들이고 있는 캐릭터 사업도 코로나19로 먹구름이 드리웠다.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에 올 여름 대규모 슈퍼닌텐도월드 코너를 열려던 계획이 지연될 전망이다. 젊은 층의 인기가 높은 도쿄 시부야의 캐릭터 상점도 휴업중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