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오는 11일 시작되지만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의 이견으로 재난지원금의 구체적인 사용범위를 정하지 못해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지자체는 지역 내 소비로 한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신용·체크카드로 받는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사용범위를 확정한 반면 선불카드와 지역사랑상품권의 사용범위에 대해선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법은 신용카드, 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나뉜다.

행안부 관계자는 “신용·체크카드의 경우 중앙정부가 카드사와 협약해 사용범위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선불카드와 지역사랑상품권의 사용범위는 자치단체 조례에서 결정하다 보니 최종 의견이 아직 모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용·체크카드로 받을 경우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유흥업소 등을 제외하고 편의점, 약국, 병원, 학원, 식당 등 광역시·도 내 웬만한 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선불카드 또는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을 경우 대부분 기초단체(시·군·구) 내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중앙정부는 국민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범위를 최대한 확대해달라는 공문을 지자체에 수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선불카드는 기초 시·군·구뿐 아니라 광역 시·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고, 사용 업종 역시 신용·체크카드 수준으로 풀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 대전시 등 일부 광역시는 이 같은 중앙정부의 요청에 긍정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불카드뿐 아니라 지역사랑상품권도 서울시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용산구민이 강남구나 중구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기도를 비롯한 도 단위의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의 군 또는구 단위의 기초단체에선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선불카드 사용범위를 광역단위로 넓히는 것에 부정적”이라며 "기초단체의 예산이 일부 포함되는 만큼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중앙정부의 권고를 강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조만간 지자체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선불카드의 업종 범위는 신용·체크카드처럼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역 범위는 자치단체마다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용·체크카드 신청은 11일 카드회사 홈페이지에서 시작된다. 선불카드와 지역사랑상품권은 18일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