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투자자들은 애초에 삼성전자를 사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이 공포에 휩싸였지만 이들은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주식을 사서 묻어둘 생각으로 삼성전자를 샀다. 개인은 지난 3월 한 달간 삼성전자를 4조958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사실상 제로금리인 상황에서 적금보다 삼성전자가 낫다는 인식이 개인들 사이에서 퍼졌다.

하지만 별 재미는 보지 못했다. 이들의 3월 평균 매수단가는 4만9900원이다. 5만원 초반대부터 적극 매수에 나선 결과다. 5만2000원대로 떨어진 3월 12일 개인의 순매수액은 6758억원이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4월 들어서도 주춤했다. 4월 한 달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0.99%)의 절반에 못 미치는 4.71% 오르는 데 그쳤다.

증시 대기자금은 여전히 넘쳐나는데, 주식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개인들은 새로운 종목으로 눈을 돌렸다. 하루에 수십%씩 등락하며 ‘대박’ 냄새를 풍기는 원유 상품이 개인투자자를 끌어모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 4개(인버스 2개 포함)의 설정액은 2월 말 2255억원에서 3월 말 1조7780억원으로 급증했다.

4월 말엔 7조7330억원까지 불었다. 지금까지 성적표는 좋지 않다. ‘개미지옥’이라는 말도 간간이 들린다. 가장 많은 투자자가 선택한 ‘삼성KODEX WTI 원유선물ETF’의 지난 6일 기준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은 -53.40%다.

특정 지수를 2배(2X), 3배(3X)로 추종하는 일명 ‘곱버스’까지 달아올랐다. 곱버스는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3월 한 달간 국내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49조1434억원으로 전월(16조960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었다. 이 기간 인버스 ETF 거래대금은 15조6142억원에서 73조6288억원으로 5배 가까이 많아졌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3월 거래대금이 46조8899억원을 기록하는 등 위험한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4월 들어서도 개인들은 곱버스를 고집하고 있다. 4월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은 33조5495억원을 기록했다. 인버스 ETF 거래대금도 52조2992억원으로 여전히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강원랜드, 경마공원, 스포츠토토까지 코로나19로 막히자 소위 도박성 자금이 금융시장의 고위험 상품으로 쏠린 게 아닌가 싶다”며 “로또 예상 당첨금액이 커지면 로또 구매액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