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를 만나면 투자 아이디어를 묻곤 한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산 뒤 연말까지 들고 있을 만한 종목이 뭐가 있냐고 물었다. 그는 고민 없이 KT를 꼽았다. 배당을 많이 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가 적으며, 신임 최고경영자(CEO)인 구현모 사장에 대한 시장 기대가 크다는 게 근거였다.

"덜 오른 저평가株 '톱픽'은 KT"
KT는 그동안 매니저들의 톱픽(최선호종목)과는 거리가 멀었다. 성장성이 떨어지는 통신업종 특성에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라는 지배구조상 특이점으로 인해 영업 외적인 주가 변동이 잦아 기피 종목에 가까웠다. 5세대(5G) 이동통신 테마가 강세를 보였을 때도 통신주보다는 부품 및 장비주들이 상승을 이끌었다.

KT는 7일 장 내내 보합세를 보이다가 전날과 같은 2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말 이후 상승률은 18.38%다. 이 기간 기관투자가는 KT 주식 32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을 이끌었다. 주가는 이미 연고점의 90% 수준으로 올라왔다.

애널리스트들도 당분간 KT 주가가 ‘신임 CEO 효과’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구 사장은 인수합병(M&A)보다는 기존 사업 부문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늘리고 비용 통제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경영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안정적인 경영 정책을 기반으로 내년 초까지 30% 이상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KT의 실적 개선을 점치는 또 다른 이유는 5G 가입자가 코로나19 확산 속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지난 3월 5G 가입자가 15만6000명 증가했다. ARPU 개선 효과가 큰 5G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내년부터는 5G 투자를 위해 집행한 무형자산상각비가 정체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 개선)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한 1조2022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KT를 추천한 펀드매니저는 “KT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라는 지배구조로 인해 외부 출신 CEO들의 정권 눈치보기 및 기업 이해 부족 등으로 업종 내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며 “12년 만에 내부 출신 CEO가 부임한 만큼 정상화 과정을 거치며 가치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KT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1배로, SK텔레콤(11.3배)이나 LG유플러스(11.0배)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다.

약점은 통신 부문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보조금 경쟁 심화 가능성이다. 이달 들어 통신 3사가 갤럭시S20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을 올리면서 가입자 유치 경쟁에 다시 나섰다. 일부 유통망에서는 불법 보조금이 재등장했다는 소식까지 나오고 있다. 김희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 호전 이후 보복적 소비를 기대한 통신사들의 마케팅 과열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