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석 달여 만에 열린 첫 대형 전시회
안면인식 체온감지 패널, 아크릴 마스크 등 등장
감염 확산 우려에 "백화점·마트보다 방역 더 철저하게"
개막 3일째를 맞은 10일 'MBC 건축박람회'가 열린 고양 킨텍스 전시장에서는 하루종일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 사태로 재점화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전시장은 오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개막 첫날인 8일 킨텍스 추산 8000여 명이 찾은 행사에는 토요일인 이보다 많은 1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부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50대 중반의 김주영 씨는 "집 앞마당에 놓을 파라솔 등 인테리어 제품을 보러 왔다"며 "발열검사를 받느라 입장까지 10~15분 정도 걸렸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킨텍스에서 열린 첫 대형 전시회. 우리의 흔한 일상을 180도 바꿔놓은 코로나 사태의 여파는 전시회라고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전시장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된 '방역'은 떠나는 순간까지 계속됐다. 흡사 '방역 총집합소'를 방불케 했다. 8일 전시장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이호성 씨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보다 전시장이 여러 단계에 걸쳐 방역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열린 첫 대형 전시회
전시회는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지난 8일 막 올랐다. 코로나19 전국 확산이 시작된 지난 2월 이후 킨텍스에서 대형 전시회가 열리기는 이 행사가 처음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신규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주최사인 동아전람은 개막 한 달 전까지도 개최 여부를 고민했다.
정부가 생활방역 전환을 결정하면서 행사가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지만 코로나의 상흔이 아물기엔 피해가 너무 컸다. 1200여 개에 달하던 참여기업은 올해 400개로 줄었다. 킨텍스 전시장 5개 홀을 가득 채웠던 3000여개 부스가 1000여개로 줄면서 올해 행사는 전시장 3개 홀에서만 열렸다.
올해로 53회째인 이 행사는 40여개 국내 건축·인테리어 전시회 중 원조로 손꼽힌다. 행사 규모도 가장 크다. 서원익 동아전람 대표는 "참여기업이 줄면서 행사 규모는 지난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행사장 내 사회적 거리 확보를 위해 부스 사이 통로 간격을 평소보다 1.5~2m 넓히면서 전시홀은 실제 규모보다 1.5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행사장 입장 전 '5단계' 방역은 필수
전시회 풍경은 서너달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랐다. 이제는 일상이 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기본, 전시장 입구부터 손소독~마스크 착용 확인~발열측정(안면)~일회용 장갑 착용~발열측정으로 이어지는 총 5단계 방역이 진행됐다.
킨텍스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안면인식 체온감지 패널을 도입했다. 공항 검색대처럼 생긴 게이트에 서면 카메라가 0.5~2.2m 거리에서 안면인식을 통해 체온과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한다. 홍수진 킨텍스 홍보팀장은 "패널이 측정하는 체온은 오차범위가 ±0.3도로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전시홀 입구 앞에는 마스크와 일회용 비닐장갑을 낀 관람객들이 유도선을 따라 일정 간격을 두고 줄지어 늘어섰다. 로비 바닥에는 1.5m 간격을 유지하기 위한 안내 스티커를 부착했다. 회색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안내요원은 행사장 입구에서 2차 발열검사를 했다. 안내요원 옆에는 인근 병원에서 파견나온 의료진이 행사기간 내내 대기했다.
임창열 킨텍스 사장은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직원 30여 명이 현장에 투입돼 관람객 동선, 사회적 거리 유지, 마스크 착용여부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며 "발열자 격리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병원 후송을 위해 앰블런스 두 대가 상시 대기 중"이라고 했다. 킨텍스는 행사를 앞두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1㎞ 밖에 있는 2전시장 인근 캠핑장에 들어선 선별진료소에 별도의 펜스를 설치했다. ◆아크릴마스크, 일회용장갑 착용 "상담은 화상으로"
전시장 내부 모습도 이전과 달라졌다. 참여기업 직원들은 모두 주최 측에서 배포한 얼굴 전면을 가리는 아크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관람객을 맞이했다. 관람객들은 킨텍스와 주최 측에서 나눠준 일회용 비닐장갑을 낀 채 제품을 직접 만져보며 행사를 관람했다. 조두희 한다음건설 기획팀장은 "전시회에서 가장 중요한 현장상담을 위해 전 직원이 방역 마스크에 얼굴 전면을 가리는 아크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며 "별도의 소독제를 준비해 전시회 시작 전후에 걸쳐 별도로 부스 전체를 자체적으로 소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 내 공조시스템도 풀가동했다. 킨텍스는 행사기간 평소 에너지 절약을 위해 20~30% 수준으로 유지하던 외부공기 유입량을 100%로 늘렸다. 킨텍스 관계자는 "전시장 내부 공기를 최대한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1시간 단위로 외부 공기를 유입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상담을 위한 화상상담장도 등장했다. 행사장 내 휴게공간인 카페테리아에는 테이블마다 중간에 투명 아크릴 가림막이 설치됐다. 10일 오후 교회를 들러 행사장을 방문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미연 씨는 "가급적이면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은 부스부터 둘러보고 상담을 할 때에도 나란히 서서 대화를 나누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며 행사를 관람했다"고 말했다.
고양=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