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상품 유혹 벗어나야
주식 안 파는 게 돈버는 기술
저축하듯 '우량주 장기투자'를
‘가치 투자 전도사’로 알려진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사진)는 8일 이렇게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들어온 개인투자자들이 투자 스타일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그를 서울 계동 메리츠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났다. 그가 쓴 책 《존리의 부자되는 습관》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존 리 대표는 “수많은 개인이 주식투자에 발을 들였다는 건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들의 시장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그는 “주식 또는 선물·레버리지·인버스 등 특정 투자대상이 단기적으로 오를지 말지에 투자하는 방향성 투자에 나서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누군가가 따면 누군가는 잃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카지노에 가서 포커를 치면 결국엔 돈을 버는 건 카지노인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수수료를 받는 곳만 이득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존 리 대표는 ‘미국통’으로 꼽힌다. 그는 “옵션 또는 선물 거래에 개인 자금이 이렇게 많이 들어간 시장은 한국밖에 없다”며 “기관들이 헤지용으로 하는 선물 거래 등을 개인이 단타로 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증권사들이 개인에게 고위험 상품 자체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국내의 2030 젊은 세대가 고위험 투자 유혹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노후 준비를 하는 4050세대는 안정적인 투자처를 계속 찾으려고 하는 반면 2030은 위험한 상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존 리 대표는 “부모 세대는 자산을 늘릴 기회가 많았지만 2030 자신들은 그런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취직은 어렵고 돈에 대한 절실함은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대박을 노리는 투자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뭐로 얼마 벌었다 하면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몰려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학개미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선 ‘언제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 자체를 지우라고 조언했다. “주식은 사고파는 게 기술이 아니라 안 파는 게 기술”이라는 얘기였다.
존 리 대표는 “삼성전자를 5만원에 사서 5만5000원에 팔려고 하지 말고 50만원, 500만원이 될 날을 기다리며 주식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부자가 빨리 되려고 하면 할수록 더 빨리 가난하게 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