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황금알' 낳는 기초연구시설
'꿈의 현미경'으로 불려
신약·반도체 기술 개발 필수품
충북 청주에 2028년께 들어설 4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신소재, 신약개발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초격차)을 갖추기 위한 과학 설비 중 하나로 꼽힌다. 각종 소재의 미세 구조를 나노미터(㎚) 단위로 들여다볼 수 있어 ‘꿈의 현미경’으로 불린다. 제약·바이오,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에 폭넓게 활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고 2022년 내 사업에 착수, 2028년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1차관은 “방사광가속기는 미래 첨단산업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설”이라며 “차질없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양빛보다 1조 배 밝은 거대 현미경
방사광가속기는 전자가 광속으로 움직일 때 발생하는 초고주파 빛(X선 등)을 이용한다. 가속장치, 저장장치, 빔라인(고객 연구시설) 등으로 이뤄진다. 방출되는 빛의 밝기(휘도) 등에 따라 고성능 여부를 구분한다. 청주에 들어설 가속기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다. 태양빛 밝기(단위 면적당 광자 기준)보다 약 1조 배 밝은 광선을 쏠 수 있다. 직접 비교 대상인 포항의 원형 방사광가속기의 밝기(태양빛의 100억 배)보다 100배가량 고성능이다.
업계는 새 방사광가속기가 극자외선(EUV) 공정 반도체 연구개발,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기초연구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는 연간 1000시간 이상 방사광가속기 빔라인을 이용하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도 미국 스탠퍼드대가 보유한 방사광가속기의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해 개발됐다.
현재 장비론 수요 감당 안 돼
새로 가속기를 짓는 이유는 가속기 이용 수요가 해마다 급증해서다. 포항 3세대 가속기는 지난해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에서 6096명이 신청해 총 1607건의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수용률은 절반(50.6%)에 불과했다. 신청 일수는 6298일인 데 비해 실제 수행일수는 3189일에 그쳤다. 수용률은 2016년 60.7%에서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청주에 가속기가 새로 들어서면 이 같은 초과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 현재 포항 3세대 가속기를 이용하는 비용은 24시간에 150만원(기업 고객 기준)이다.
포항에는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외에도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가 있다. 주로 대학, 정부 출연연구소 등의 기초과학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청주에 구축될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는 다목적 설비여서 산업 분야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적 고려 없었다”
과기정통부는 부지 면적, 개발 장애요소, 진입로 및 부대시설, 안전성, 접근성, 배후도시 정주여건, 전문인력 확보 가능성, 연관산업 형성 정도 등 20여 개 항목을 평가했다. 부지선정평가위원회엔 이명철 위원장(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을 포함해 총 15명이 참여했다. 이 위원장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한 시설인 만큼 정치적 고려 없이 가장 적합한 입지를 찾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등에 따르면 청주 방사광가속기는 9조원가량의 경제 효과(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7년간 가속기 건설에 참여하는 업체 매출, 산출되는 논문의 가치, 기술 관련 특허 등을 추산한 결과다.
고용 창출 효과는 최대 13만7000여 명으로 예상됐다. 매년 동원되는 건설인력 7000~1만 명 등과 지원인력, 가속기 제작에 참여한 전문인력이 향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약업체 등에 취직하는 경우 등 직·간접 효과를 모두 감안했을 때 예상치다.
이해성/황정수/청주=강태우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