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생중계된 개막전…후반 38분 1-0 결승 골로 K리그 체면 살려
'개막축포' 이동국 "세계에 K리그 높은 수준 보여주고 싶었다"
역시 '라이언 킹'이었다.

마흔두 살의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K리그의 체면을 살려냈다.

이동국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공식 개막전에서 후반 38분 수원 삼성 골문에 헤딩 결승 골을 넣어 전북 현대에 1-0 승리를 안겼다.

이날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주요 프로축구 리그가 '올 스톱' 된 가운데 유일하게 진행되는 K리그의 공식 개막전이었다.

자국 리그를 못 보게 된 팬들의 시선은 당연히 K리그로 향했고, 이날까지 총 36개국에 중계권이 판매됐다.

특히 이날 공식 개막전은 지역 제한 없이 전 세계에 유튜브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됐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좀처럼 시원한 골은 터지지 않았다.

수원은 경기 초반 지난 시즌 득점왕 타가트가 몇 차례 슈팅한 것을 제외하면 위협적인 장면을 전혀 만들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진이 많이 바뀐 전북은 아직 손발이 맞지 않는지 수원 골문 공략에 애를 먹었다.

후반 막판이 되자 본부석 곳곳에서는 K리그 관계자들과 취재진의 짙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때 이동국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38분 손준호의 코너킥을 머리로 마무리해 세계 축구 팬들의 골 갈증을 해결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은 "경기 전 해외 팬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개인적인 골 욕심보다는 K리그 수준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픈 마음이 컸다"고 힘줘 말했다.

골 세리머니에서도 베테랑의 품격이 묻어났다.

'개막축포' 이동국 "세계에 K리그 높은 수준 보여주고 싶었다"
코로나19 환자 진료와 치료에 헌신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덕분에 챌린지' 세리머니를 펼쳤다.

격렬한 세리머니를 자제하라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지침을 지키면서 의료진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보내는 '만 점짜리' 세리머니였다.

이동국은 "의료진처럼 고생하시는 분들 덕분에 우리가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경기 전 어떤 선수가 골 넣더라도 '덕분에 챌린지' 세리머니를 하자고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축구의 나라'인 영국 공영방송 BBC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홈페이지의 문자 중계 페이지에서는 한 미들즈브러 팬이 이동국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올려 주목받았다.

공격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한 미들즈브러 시절은, 이동국에게 '흑역사'다.

그러나 이동국은 관련 질문이 나오자 "생존 신고를 하게 돼 너무나 다행이다"라며 여유롭게 웃어넘겼다.

'개막축포' 이동국 "세계에 K리그 높은 수준 보여주고 싶었다"
이동국은 "무관중 경기는 데뷔 이후 처음"이라면서 "오늘 경기 결과를 떠나, 다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도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 의식이 높아서 빨리 상황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생활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