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4월에만 일자리 2050만 개가 사라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이 14.7%로 폭등하고, 한 달 만에 200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증발하자 주요 외신들은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미국 실업률은 올 2월만 하더라도 50년 만에 최저 수준인 3.5%에 머물렀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이 가시화하기 시작한 지난 3월 4.4%로 뛰었고, 한 달 만에 10.3%포인트 더 오르며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대공황 이후 미국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넘긴 것은 2차 오일쇼크 후 경기 침체에 빠진 1982년 11월(10.8%)과 금융위기 여파가 불어닥친 2009년 10월(10.0%) 두 차례뿐이다.

코로나 사태로 ‘실업 쓰나미’

미국의 4월 실업률은 월가 전망치(16%)에 비해서는 다소 낮았다. 지난달 노동시장 참여율이 60.2%로, 3월(62.7%)보다 2.5%포인트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노동시장 참여율은 전체 성인 인구 가운데 취업·구직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실업률은 노동시장 참여자 가운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계산한다.

예상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실업률 14.7%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48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미국 주요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 정부 방침 등으로 공장 폐쇄(셧다운)에 나서면서 대규모 일시 해고와 무급 휴직을 단행한 영향이다.

실업률 폭등은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급증하면서 어느 정도 예고됐다. 미국에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3월 셋째 주(330만 건)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 달 넷째 주에는 687만 건으로 치솟은 뒤 661만 건(3월 29일~4월 4일), 524만 건(4월 5~11일), 444만 건(4월 12~18일), 384만 건(4월 19~25일) 등을 기록했다.

지난주(4월 26~5월 2일)에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316만 건을 기록하며 5주 연속 줄긴 했지만 여전히 역대 최대 수준이다.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월까지 최근 1년간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매월 평균 21만6000건에 불과했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장기(113개월 연속) 호황도 2월로 마침표를 찍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8%(전 분기 대비 연율 환산)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GDP 증가율이 -1.1%를 기록했던 2014년 1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고용시장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코로나19 사태 충격이 본격화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노동생산성은 전 분기 대비 2.5% 하락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생산성이 코로나19 사태로 타격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실업률은 당분간 두 자릿수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5월에는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성공한다면 가을께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美, 4월 일자리 2050만개 증발…'실업 쓰나미' 정점 찍나
유통업·공유경제 타격

미국에선 최근 니만마커스, 제이크루 등 대형 유통업체의 파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113년 전통의 고급 백화점 니만마커스는 코로나19 사태로 43개 매장 전체 영업을 잠정 중단했고, 그 결과 1만4000명에 달하는 직원 대부분을 일시 해고했다. 앞서 미국의 유명 중저가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도 지난 4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니만마커스는 코로나19 사태로 파산 절차에 들어간 두 번째 메이저 소매업체가 됐다고 전했다.

공유경제 추락도 가시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는 6일 전체 직원의 약 14%인 37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우버에 이어 2위 차량공유 업체인 리프트도 지난달 29일 전 직원의 17%에 해당하는 982명을 해고했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5일 직원 7500명의 약 25%인 19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점진적인 경제활동 재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고용 쇼크’는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안 셰퍼드슨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월 중순께 100만 건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는 2분기에 가장 심하게 궤도를 이탈한 뒤 3분기 과도기를 거쳐 4분기엔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