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공방 합리적이지 못해"…자국 늑장 대응에 대한 비난 우려도
오스트리아 총리, 코로나19 책임공방 않겠다는 속내는?
오스트리아의 스키 명소 이쉬글이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 중 하나로 지목받는 가운데, 오스트리아 총리가 이에 대한 책임 공방(blame game)을 벌이지 않겠다고 밝혀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9일(현지시간) 현지 신문 '디 프레세'에 따르면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전날 이쉬글에 대한 조사 상황을 묻는 말에 "이번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 국제적으로 공방을 벌이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답했다.

이어 "이탈리아 관광객이 오스트리아 스키 리조트에 바이러스를 옮겨왔다고 해서 그들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그것을 고의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이쉬글에 휴가차 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오스트리아 정부가 사과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말에도 독일의 TV 프로그램 '마이쉬베르거'에 출연해 비슷한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이탈리아에서는 중국인이, 이쉬글에서는 이탈리아 관광객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하고, 독일에서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 스키 여행을 갔다가 옮았다고 하는 등 지역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총리, 코로나19 책임공방 않겠다는 속내는?
쿠르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도 이쉬글이 속한 티롤주(州)의 코로나19 확산 책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티롤주가 코로나19 발병으로 3월 중순 이쉬글의 스키 리조트를 폐쇄하기 수일 전에 아이슬란드 정부가 발병 사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린 메일을 보냈다고 현지 공영 ORF가 보도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쉬글로 스키 여행을 다녀온 자국민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과 이들이 묵었던 호텔 5곳의 명단을 지난 3월 5일 티롤주 당국에 전달했다.

같은 날 아이슬란드 정부는 두 번째 메일을 보내 확진자 14명이 2월 29일 이쉬글에서 뮌헨을 경유해 귀국했다면서 해당 지역이 이미 2월 하순께 코로나19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티롤주 당국은 이런 메일에도 스키 리조트 폐쇄 조치를 열흘 가까이 지난 뒤에야 했다.

이 때문에 스키 시즌 영업을 놓치지 않으려고 늑장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고, 이런 의혹에 이곳에서 휴가를 보낸 뒤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해외 관광객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롤주의 주도인 인스브루크의 검찰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오스트리아 총리, 코로나19 책임공방 않겠다는 속내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