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가 제시한 공중 보건 지침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두 번째 코로나19 양성자가 나온 이 날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2차대전 참전 용사들과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잇달아 만나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NBC 방송은 이날 백악관 만찬장에 경제 회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공화당 하원의원들뿐만 아니라 정부 관료까지 포함해 10여 명이 참석했지만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고, 또 네거티브 캠페인 소재로 활용될 수 있어 마스크 착용을 꺼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이날 행사에 참석한 루이스 고머트(텍사스) 의원은 "참석자들은 사회적 거리를 뒀고, 감염 여부에 대한 검진을 받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라며 "만약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여기 있는 언론인들 때문일 텐데 여러분들이 걸렸을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NBC 방송은 또 "이날 참석자들은 다소 떨어져 앉긴 했지만 보건 당국의 지침인 6피트(182.88㎝) 거리를 두지는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한 지침을 내렸지만,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인 케이티 밀러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백악관에 비상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밀착 보좌하는 파견 군인과 밀러 대변인까지 확진 판정을 받자 지난 7일 밤부터 8일까지 백악관 인근 구행정건물에는 코로나19 검진을 받으려는 백악관 직원들의 줄이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펜스 부통령이나 참모진도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거리 두기를 무시한 채 사진 촬영을 위해 백악관으로 외부인사들을 불러들이기도 했다.

심지어 정치 보좌관들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신변 안전을 담당하는 비밀경호국 직원, 백악관 방문객의 체온을 측정하는 직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 파견 군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용암을 뿜어내듯 화를 냈다"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NBC 방송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화를 낸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황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직원의 감염이 경제 봉쇄 해제에 대한 경고라는 지적을 무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NBC 방송은 확진자가 잇따르자 백악관이 비밀경호국 직원 등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지시하는 등 새로운 안전 수칙을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