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전국적으로 2분간 묵념…런던 등에서는 공중분열식
여왕·존슨 총리, 대국민 메세지 통해 위기 극복 강조
영국, 코로나19 확산 속 2차 대전 전승기념일 행사 열어(종합)
8일(현지시간) 2차 대전 전승기념일(Victory in Europe Day·VE Day) 75주년을 맞아 영국에서 묵념과 헌화, 공중분열식 등 각종 행사가 열렸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앞서 나치 독일은 1945년 5월 8일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는 오후 3시 라디오를 통해 유럽에서 전쟁이 끝났음을 알렸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 등은 매년 전승기념일에 각종 행사를 열어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전승기념일 75주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로 대규모 퍼레이드나 거리 행사 등은 열리지 않았다.

영국 국민은 이날 오후 9시 TV를 통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국민 연설을 지켜봤다.

여왕은 "오늘 이 특별한 기념일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기념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대신 우리는 집과 문앞에서 이를 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세대들이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과 이웃들이 안전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반드시, 앞으로도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왕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로 거리가 인적이 드문 것과 관련해 "우리의 거리는 텅비지 않았다.

서로를 위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2차 대전에 대해 "시작 당시에 전망은 암울했고, 끝은 멀어 보였으며, 결과는 불확실했다"면서 "그러나 명분이 옳다는 신념을 유지하면서 우리는 이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왕은 "절대 포기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승기념일의 메시지"라고 밝혔다.

여왕은 부친 조지 6세가 유럽에서의 종전을 기념하며 연설한 지 정확히 75년만에 이번 연설을 했다.

여왕은 현재 머물고 있는 윈저성에서 이를 사전녹화했다.

영국, 코로나19 확산 속 2차 대전 전승기념일 행사 열어(종합)
여왕에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차 대전 참전용사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전처럼 퍼레이드와 거리 행사를 즐길 수는 없지만 1945년 이후 태어난 우리 모두는 2차 대전에서 승리한 세대에게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살아남았고 결국 승리했다"면서 "지금은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자유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졌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영웅적 행위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를 언급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쟁 기간 보였던 것과 같은 국가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는 이날 스코틀랜드 밸모럴의 전쟁기념비에서 헌화하고, 전국적으로 오전 11시를 기해 실시된 2분간의 묵념을 이끌었다.

에든버러성에서는 묵념의 시작과 끝에 예포가 발사됐다.

영국 공군 곡예비행단(Red Arrows) 소속 전투기들이 런던 상공에서 공중분열식을 했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와 웨일스 카디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도 공군 타이푼 제트기가 상공을 날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