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 개발되나요?"…용산 부동산 전화통에 불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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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용산정비창 개발계획 발표 이후
"2~3일 새 전화문의만 100통 넘어"
"호가 뛰고 투자자 문의 이어져"
"사업성 적어 실현될 지 의문" 의견도
"2~3일 새 전화문의만 100통 넘어"
"호가 뛰고 투자자 문의 이어져"
"사업성 적어 실현될 지 의문" 의견도
“온종일 매매 문의 전화를 받느라고 일도 못했습니다. 호가는 직전 거래 가격에서 수천만원씩이 더 붙으며 시세가 상승하는 분위기입니다.”
1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A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공급하면서 이 일대 아파트 몸값이 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올 초까지만 해도 5억원대를 오르내리던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49㎡ 매도 호가가 5000만~1억원 정도 올라 최대 6억원대를 넘었다.
◆용산 일대 매물 품귀
서부이촌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시범아파트 소유주들은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였다. 인근 대림아파트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전용 59㎡ 평균 호가는 11억원 선으로 올초에 비해 5000만원가량 올랐다.
이 일대는 아파트 단지를 다 합쳐도 2000여가구로 매물 자체가 많지 않은 곳이다. 정부 계획이 발표된 직후여서 기존 매물과 호가는 대체로 유지되는 상황이었지만 발 빠르게 움직인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림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B중개업소 대표는 “호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기존에 집을 내놨던 집주인들도 다시 호가를 3000만원 올려 거래를 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매물은 없지만 매수 문의는 쏟아졌다. 용산동5가의 K중개업소는 지난 며칠 간 하루에 수십 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 자체가 거의 없고 기존에 나왔던 집들도 발표가 나면서 주인들이 거의 거둬들였다”며 “2~3일 사이 문의 전화만 100통이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구 일대 재개발 지역의 호가도 뛰고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에 있는 한강로구역 단독주택 전용 52㎡ 매물 호가는 20억원을 넘어섰다. 인근 I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비슷한 면적대 단독 호가가 10억원대 후반이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올라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도 용산으로 쏠리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투자 관련 카페에선 “수혜 지역이 어디일까”, “분양가는 얼마일까”, “앞으로 집값이 얼마나 뛸까”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저마다의 분석을 내놨지만, 공통적으로 '돈이 된다'는 전망들이다.
정부가 용산 정비창 부지에 공급할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아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크게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구역 주변은 서울 지하철 1·4호선(용산역·신용산역)과 KTX 노선에 연결된다. 역세권 주거 단지로 투자 가치가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전매제한을 길 것으로 보인다. 입주 후 상당기간 집을 팔 수는 없을 전망이다.
◆"임대주택 많아 부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사업 실현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집주인들도 있다. 그간 개발사업이 번번이 좌초됐기 때문이다. 용산 정비창 부지는 당초 예상 사업비 30조원 규모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포함됐던 구역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인 2007년 서울시는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150층 안팎의 초고층 빌딩 건설과 고급주택, 문화시설이 있는 복합도시의 청사진을 그렸다. 당시 오 시장은 용산역 인근 한강변을 포함한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개발사업은 결국 좌초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민간 개발사는 책임 소재를 놓고 법적 분쟁을 겪기도 했다.
이촌동에 30년째 거주 중인 김모 씨(62)는 “이번이 몇 번째인지 용산은 분양 단계가 돼 봐야 아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만 들쑤셔 놓고 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촌동 R공인 대표도 “주민들은 임대주택이 많아지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다"며 "사업 시행자들이 기부채납 등 부담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유인책은 적어 사업에 뛰어들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에 대해 대규모 임대주택 물량으로 사업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 신설되는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되는 재개발 지역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 이상을 공적임대로 공급하되, 전체 물량의 최소 20% 이상을 공공임대로 제공해야 한다. 영세상인을 위한 공공임대상가도 조성해야 한다.
양지영 양지영 R&C소장은 "현재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원활히 되지 않고 있는 건 조합원 분담금, 규제 강화, 시장 불확실성 등의 원인이 크다"며 "공공개입을 통해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커야 하는데 사실상 이번 대책에서는 그런 메리트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관리처분 시 산정되는 분담금을 대납 할 경우 10년간 공공과 주택을 공유해야 한다”며 “재개발 지역에서 추가분담금이 없어서 공공과 지분을 공유하는 경제력이 취약한 주민이 10년이면 공공지분을 매입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여진다”라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1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A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공급하면서 이 일대 아파트 몸값이 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올 초까지만 해도 5억원대를 오르내리던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49㎡ 매도 호가가 5000만~1억원 정도 올라 최대 6억원대를 넘었다.
◆용산 일대 매물 품귀
서부이촌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시범아파트 소유주들은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였다. 인근 대림아파트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전용 59㎡ 평균 호가는 11억원 선으로 올초에 비해 5000만원가량 올랐다.
이 일대는 아파트 단지를 다 합쳐도 2000여가구로 매물 자체가 많지 않은 곳이다. 정부 계획이 발표된 직후여서 기존 매물과 호가는 대체로 유지되는 상황이었지만 발 빠르게 움직인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림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B중개업소 대표는 “호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기존에 집을 내놨던 집주인들도 다시 호가를 3000만원 올려 거래를 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매물은 없지만 매수 문의는 쏟아졌다. 용산동5가의 K중개업소는 지난 며칠 간 하루에 수십 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 자체가 거의 없고 기존에 나왔던 집들도 발표가 나면서 주인들이 거의 거둬들였다”며 “2~3일 사이 문의 전화만 100통이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구 일대 재개발 지역의 호가도 뛰고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에 있는 한강로구역 단독주택 전용 52㎡ 매물 호가는 20억원을 넘어섰다. 인근 I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비슷한 면적대 단독 호가가 10억원대 후반이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올라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도 용산으로 쏠리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투자 관련 카페에선 “수혜 지역이 어디일까”, “분양가는 얼마일까”, “앞으로 집값이 얼마나 뛸까”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저마다의 분석을 내놨지만, 공통적으로 '돈이 된다'는 전망들이다.
정부가 용산 정비창 부지에 공급할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아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크게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구역 주변은 서울 지하철 1·4호선(용산역·신용산역)과 KTX 노선에 연결된다. 역세권 주거 단지로 투자 가치가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전매제한을 길 것으로 보인다. 입주 후 상당기간 집을 팔 수는 없을 전망이다.
◆"임대주택 많아 부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사업 실현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집주인들도 있다. 그간 개발사업이 번번이 좌초됐기 때문이다. 용산 정비창 부지는 당초 예상 사업비 30조원 규모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포함됐던 구역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인 2007년 서울시는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150층 안팎의 초고층 빌딩 건설과 고급주택, 문화시설이 있는 복합도시의 청사진을 그렸다. 당시 오 시장은 용산역 인근 한강변을 포함한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개발사업은 결국 좌초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민간 개발사는 책임 소재를 놓고 법적 분쟁을 겪기도 했다.
이촌동에 30년째 거주 중인 김모 씨(62)는 “이번이 몇 번째인지 용산은 분양 단계가 돼 봐야 아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만 들쑤셔 놓고 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촌동 R공인 대표도 “주민들은 임대주택이 많아지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다"며 "사업 시행자들이 기부채납 등 부담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유인책은 적어 사업에 뛰어들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에 대해 대규모 임대주택 물량으로 사업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 신설되는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되는 재개발 지역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 이상을 공적임대로 공급하되, 전체 물량의 최소 20% 이상을 공공임대로 제공해야 한다. 영세상인을 위한 공공임대상가도 조성해야 한다.
양지영 양지영 R&C소장은 "현재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원활히 되지 않고 있는 건 조합원 분담금, 규제 강화, 시장 불확실성 등의 원인이 크다"며 "공공개입을 통해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커야 하는데 사실상 이번 대책에서는 그런 메리트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관리처분 시 산정되는 분담금을 대납 할 경우 10년간 공공과 주택을 공유해야 한다”며 “재개발 지역에서 추가분담금이 없어서 공공과 지분을 공유하는 경제력이 취약한 주민이 10년이면 공공지분을 매입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여진다”라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