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자마자 줄 서는 '오픈런' 대란 일어
루이비통·고야드·셀린느·롤렉스도 올려
명품업체들은 정확한 가격 인상 폭을 발표하진 않았다. 샤넬 클래식백, 보이백 등 인기 핸드백 가격이 7~17% 가량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715만원짜리 클래식 미디엄 핸드백이 820만원으로 14.6% 오를 예정이다. 지금 사면 100만원 싸게 살 수 있다는 심리 때문에 수요가 몰린 것이다. 샤넬 매장 앞엔 문을 열자마자 80~100명의 대기자가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해마다 적게는 한두 번, 많게는 세네 번씩 가격을 인상해왔다. 특히 연초에는 환율, 물가, 원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수십 개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곤 한다. 올해 들어서도 루이비통, 고야드, 셀린느, 티파니, 불가리, 롤렉스 등이 판매가를 올렸다.
셀린느는 이달 들어 일부 품목의 가격을 5~6%씩 인상했고, 루이비통은 핸드백, 지갑 등 주요제품의 가격을 2~4%씩 올렸다. 고야드는 올해 2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3~6% 인상했다.
특히 루이비통은 지난해 11월 전 세계 판매가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 3월 초에도 핸드백, 지갑, 주얼리 등의 가격을 3~5% 올렸다. 최근 오픈런 대란을 일으킨 샤넬은 지난해 10월 인기 핸드백의 판매가를 80만~100만원씩 올린 데 이어 이달에도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샤넬은 2018년부터 매년 인기 상품의 가격을 5~10%가량 올려왔다. 디올은 지난해 레이디디올 등 인기 핸드백 가격을 네 번이나 인상한 바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에 대해 본사의 정책 변화, 환율 변동, 제품 원가 상승 등 원론적인 입장만 밝힐 뿐이다. 이에 대해 명품 소비자들은 “명품은 지금 사는 게 가장 싸다”, “어차피 가격 오를 건데 미리 사두는 게 이득”, “샤테크(샤넬+재테크)나 롤테크(롤렉스+재테크)가 현명한 투자방법”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시적 소비로 인해 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렌 효과’나 희소성 있는 제품, 남들이 쉽게 사지 못하는 제품을 선호하는 ‘스놉 효과’ 등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된 것이 명품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 면세점에서 할인가에 명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되자 백화점에서 제값을 주고 명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지난달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4월 명품 매출은 작년보다 18.6%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6% 증가한 14조8291억원이었다. 전 세계에서 8번째로 큰 규모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