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금희 "산문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통로…일상 속 사랑의 흔적 더듬었죠"
“산문을 쓰는 것은 소설과는 리듬이 달라요. 소설 속 인물만 생각하던 것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었죠. 그 덕분에 마음이 더욱 건강해졌어요.”

올해로 등단 11년을 맞은 소설가 김금희 씨(41·사진)가 첫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문학동네)을 출간했다. 바다 내음 나는 고향 인천에서의 유년 시절부터 소설가로 숨가쁘게 살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차마 말로 꺼내지 못했던 자신과 가족, 도시와 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내밀한 목소리로 담아낸 산문 42편을 실었다. 지난 6일 경기 파주에 있는 출판사 문학동네 건물에서 그를 만났다. “그동안 소설이란 렌즈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했던 방식과는 달라 두려움도 느껴졌어요. 하지만 산문집은 지금 시기에 독자들과 나눌 수 있는 가장 깊은 대화입니다. 김금희란 작가가 어떤 사람이며, 과거 경험이 어떻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 건지 담담하게 적었습니다.”

김씨는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소설가다. 2015년과 2017년 젊은작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첫 산문집을 내게 된 계기가 있을까. “소설을 쓸 땐 소설 안에 들어가 인물들을 판단해요. 이야기를 위해 일종의 논리도 만들죠.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와 제 모습을 들여다보면 해석이 안 될 때가 많았어요.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슬퍼졌는지 모를 때마다 그 장면을 끄집어내 산문으로 썼어요. 나 자신을 더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이란 제목처럼 작가는 일상 속에 흩뿌려진 사랑의 흔적을 더듬어간다. “연예를 비롯해 일상의 모든 관계에서 사람에게 인간적 감정을 느낄 줄 아는 게 사랑의 핵심입니다. 세상과 맺는 관계의 방식들을 모두 사랑으로 생각하고 그 시선을 공동체나 사회로 확장해나간다면 제가 그저 단순하고 별거 아닌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런 감정의 결들을 하나하나 살려내 타인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자 앞으로 제가 할 일이죠.”

산문집엔 길고양이 ‘일구’를 꾸준히 보살핀 엄마, 엄마를 잃은 엄마, 슈퍼마켓에서 일을 했던 엄마 등 유독 엄마가 많이 등장한다. “엄마는 제가 소설가로서 중요한 경험을 배우고 학습할 수 있게 해줬던 텍스트였어요. 무엇보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엄마는 뭔가를 성취하는 방법이 가정뿐 아니라 집 밖에서 일하는 것에도 있고, 그것이야말로 숭고하고 중요한 행위라는 걸 보여주셨어요. 제가 글을 쓰고 일을 하려는 욕망에 긍정적 신호를 주셨습니다.”

그는 지난 1월 이른바 ‘이상문학상 사태’를 촉발시켰다. ‘수상 조건으로 소설에 대한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라’는 출판사의 요구에 맞서 수상 작가 중 처음으로 수상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의 자세’라는 제목의 산문에서 당시 심경과 창작자의 권리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그냥 넘기면 앞으로 작가 생활을 하는 데 못 견딜 것 같았어요. 문학과 출판이 사람의 정신적 영역을 다루는 산업인데 그런 부당함을 생산자인 작가에게 요구한다는 게 납득이 안 됐습니다. 당시엔 환멸도 느꼈지만 이제 건강하게 그 문제를 얘기 수 있게 됐고, 저도 이 책을 계기로 세상에 다시 나와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글=은정진/사진=강은구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