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발칵 뒤집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직원 두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서다. 게다가 ‘백악관 코로나 태스크포스’를 이끄는 방역당국 수장들까지 감염자와의 접촉을 이유로 줄줄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러다 ‘백악관이 코로나19의 핫스팟(집중발병지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백악관 직원 중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음료 수발을 담당하는 군인으로 지난 7일 확진 사실이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사람과는 접촉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걱정이 돼 곧바로 코로나19 검사를 다시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9일에는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 케이티 밀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밀러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 핵심 참모인 스티븐 밀러 선임보좌관의 부인이다.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과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각각 8~9일부터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누구와 접촉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은 케이티 밀러가 백악관 코로나 태스크포스 회의에 자주 참석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직원과 방문객 등을 대상으로 출입구에서 발열검사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펜스 부통령과 접촉한 인사의 경우 하루 수차례 발열검사를 받는다. 코로나 태스크포스 핵심 멤버인 파우치 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하루 8~9번 발열검사를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그중 일부는 매일 검사를 받는 백악관에서조차 코로나19를 막을 수 없다면 이 나라에서 과연 누가 정말 안전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백악관 내 감염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개인 비서가 최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비서는 최근 두 달가량 원격근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후뉴스는 국토안보부 내부 문건을 입수해 대통령 경호업무에 관여하는 비밀경호국 대원 중 11명이 최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23명은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했으며 60명은 자가격리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 중 일부가 백악관에서 근무했거나, 트럼프 대통령 및 펜스 부통령과 접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전날까지 검사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고, 앞으로도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백악관 측은 밝혔다. 하지만 비즈니스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CNN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과거 백악관에서 같이 일한 참모들과 전날 전화 통화를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완전 혼란투성이의 재앙”이라고 비판했다고 통화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