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며 “법과 제도를 정비해 고용보험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 ‘한국형 실업부조(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등 국회에 계류된 고용안전망 확대 관련 입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고용 안정 관련 발언에서 핵심 키워드는 ‘모든 취업자’와 ‘단계적으로’다. 그동안 여권 인사들이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도입하겠다고 해 논란이 된 정책 대상자는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전 국민이 아니라 ‘취업자’이며, 도입 일정도 일시적이 아니라 단계적 추진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책 대상과 일정을 명확히 밝혀 불필요한 논란을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고용안전망 확대는 갈 길이 멀다. 문 대통령은 고용보험료 부과 시스템 개편, 재원 마련 방안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영업자나 특고 종사자까지 포함한 고용보험 제도를 내놓으려면 보험료 부과 방식을 현행 임금 기반에서 소득 기준으로 바꿔야 하는 등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주무부처도 고용노동부에서 기획재정부로, 징수기관도 근로복지공단에서 국세청으로 변경해야 한다. 현재 임금 근로자를 중심으로 50% 수준인 고용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리려면 특고 종사자 등에 대한 막대한 재정 지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단서가 달리긴 했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자영업자는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가입률은 0.38%에 불과하다. 직장인은 근로자와 회사가 월급여의 0.8%씩 보험료를 부담하지만 자영업자는 전액 본인 부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과 함께 기존 가입자들의 보험료율 인상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향해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일정 소득 이하 청년, 영세 자영업자, 특고 종사자 등 구직자에게 취업지원 서비스와 함께 월 50만원씩 6개월간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오는 7월 20만 명을 대상으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예산 2771억원을 책정했지만, 여야 간 공방으로 아직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형 뉴딜, 전 국민 고용보험 등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재정 건전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국회에서 보다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조속한 처리’를 언급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모습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