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프리미엄은 시대 흐름…이젠 美제작사가 먼저 러브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코로나 위기 나는 이렇게 본다
조영기 CJ ENM 영화부문 대표
조영기 CJ ENM 영화부문 대표
“문화 분야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은 이미 하나의 흐름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한국 콘텐츠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의 공백을 파고들고 있어요. 머지않아 기존 주류 콘텐츠를 능가할 겁니다.”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을 이끈 조영기 CJ ENM 영화사업부문 대표(영화사업본부장·사진)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는 한류로 상징되는 K컬처에 새로운 기회이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예전엔 미국 영화제작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동 제작을 제안해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기생충’ 이후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공백이 커지면서 이젠 미국 제작사들이 먼저 찾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표면적으로는 한류가 잠깐 멈춰선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위상은 더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는 최근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 할리우드에서 양극화 현상으로 생긴 콘텐츠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할리우드에선 제작비 2억달러(약 2400억원)가량의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1000만달러 이하 저예산 영화가 주로 제작되고 있다”며 “중간 지점을 채워줄 작품이 없고, 소재도 고갈돼 전체 영화의 40%를 아시아 시장에서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 작품 중에서도 한국 콘텐츠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90~200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킨 일본 작품들과 비교해도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작품은 획일화돼 있고 마니아적 성향이 강한 편”이라며 “이에 비해 한국 콘텐츠는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부터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한 작품까지 소재가 다양하고 해외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도 갖춰 호평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CJ ENM은 16편의 영화를 미국 제작사·스튜디오와 공동 제작하고 있다. 미국 배우, 감독 등과 한국 제작진이 함께 영어로 된 작품을 만든다."코로나가 K컬처에 찬물?...다양한 콘텐츠 실험할 기회"
CJ ENM이 할리우드와 함께 제작을 마친 영화는 세 편이다. 이달 말에 먼저 ‘엔딩스, 비기닝스’가 국내 개봉한다. 한국 영화 ‘숨바꼭질’을 리메이크한 작품도 공개된다. 판타지 로맨스물 ‘프레스 플레이’도 만들어졌다.
한국 영화 ‘써니’와 ‘극한직업’도 각각 유니버설스튜디오, 제작사 하트비트와 리메이크 작업을 하고 있다. 조영기 CJ ENM 영화사업부문 대표는 “한국 영화를 미국에서 성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 제작진과 함께 영어로 된 작품을 만들어 더 많은 글로벌 관객이 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와 ‘기생충’을 미국에서 TV 시리즈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도 하고 있다. ‘설국열차’는 오는 17일부터 미국 케이블 채널 TNT에서 방영된다. ‘기생충’은 6부작 드라마로 제작해 미국 HBO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 실험이 이뤄진다면 코로나19 위기에도 국내 영화산업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 대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장기적으로는 국내 영화산업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며 “극장 매출과 주문형비디오(VOD) 등 부가서비스 판매, 수출이 고루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업계에선 국내 영화 매출의 75%가량을 차지하는 극장 입장권 수입이 코로나19로 급감하면서 국내 영화산업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영화관으로 관객이 다시 돌아올 것이고, 극장들이 입장권 수입 이외에 새로운 수익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전보다 VOD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 부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며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져 글로벌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대표는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미국 시장 진출도 강조했다. CJ ENM은 방송 프로그램과 뮤지컬 공연도 미국에서 제작하고 있다. 드라마는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미국 제작사와 함께 만들고 있다. 공연은 ‘킹키부츠’ ‘물랑루즈’ 등에 이어 ‘어거스트 러쉬’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린다.
조 대표는 “콘텐츠의 정점은 종합예술인 뮤지컬”이라며 “하지만 공연 자체의 산업화가 국내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브로드웨이의 핵심 콘텐츠를 누가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를 적극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J ENM은 색다른 콘텐츠 실험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처럼 사용자 선택에 따라 작품의 결과가 바뀌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결말은 극장에 걸고, 나머지는 OTT로 제공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은정진 기자 hkkim@hankyung.com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을 이끈 조영기 CJ ENM 영화사업부문 대표(영화사업본부장·사진)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는 한류로 상징되는 K컬처에 새로운 기회이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예전엔 미국 영화제작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동 제작을 제안해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기생충’ 이후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공백이 커지면서 이젠 미국 제작사들이 먼저 찾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표면적으로는 한류가 잠깐 멈춰선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위상은 더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는 최근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 할리우드에서 양극화 현상으로 생긴 콘텐츠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할리우드에선 제작비 2억달러(약 2400억원)가량의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1000만달러 이하 저예산 영화가 주로 제작되고 있다”며 “중간 지점을 채워줄 작품이 없고, 소재도 고갈돼 전체 영화의 40%를 아시아 시장에서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 작품 중에서도 한국 콘텐츠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90~200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킨 일본 작품들과 비교해도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작품은 획일화돼 있고 마니아적 성향이 강한 편”이라며 “이에 비해 한국 콘텐츠는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부터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한 작품까지 소재가 다양하고 해외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도 갖춰 호평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CJ ENM은 16편의 영화를 미국 제작사·스튜디오와 공동 제작하고 있다. 미국 배우, 감독 등과 한국 제작진이 함께 영어로 된 작품을 만든다."코로나가 K컬처에 찬물?...다양한 콘텐츠 실험할 기회"
CJ ENM이 할리우드와 함께 제작을 마친 영화는 세 편이다. 이달 말에 먼저 ‘엔딩스, 비기닝스’가 국내 개봉한다. 한국 영화 ‘숨바꼭질’을 리메이크한 작품도 공개된다. 판타지 로맨스물 ‘프레스 플레이’도 만들어졌다.
한국 영화 ‘써니’와 ‘극한직업’도 각각 유니버설스튜디오, 제작사 하트비트와 리메이크 작업을 하고 있다. 조영기 CJ ENM 영화사업부문 대표는 “한국 영화를 미국에서 성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 제작진과 함께 영어로 된 작품을 만들어 더 많은 글로벌 관객이 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와 ‘기생충’을 미국에서 TV 시리즈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도 하고 있다. ‘설국열차’는 오는 17일부터 미국 케이블 채널 TNT에서 방영된다. ‘기생충’은 6부작 드라마로 제작해 미국 HBO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 실험이 이뤄진다면 코로나19 위기에도 국내 영화산업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 대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장기적으로는 국내 영화산업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며 “극장 매출과 주문형비디오(VOD) 등 부가서비스 판매, 수출이 고루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업계에선 국내 영화 매출의 75%가량을 차지하는 극장 입장권 수입이 코로나19로 급감하면서 국내 영화산업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영화관으로 관객이 다시 돌아올 것이고, 극장들이 입장권 수입 이외에 새로운 수익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전보다 VOD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 부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며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져 글로벌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대표는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미국 시장 진출도 강조했다. CJ ENM은 방송 프로그램과 뮤지컬 공연도 미국에서 제작하고 있다. 드라마는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미국 제작사와 함께 만들고 있다. 공연은 ‘킹키부츠’ ‘물랑루즈’ 등에 이어 ‘어거스트 러쉬’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린다.
조 대표는 “콘텐츠의 정점은 종합예술인 뮤지컬”이라며 “하지만 공연 자체의 산업화가 국내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브로드웨이의 핵심 콘텐츠를 누가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를 적극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J ENM은 색다른 콘텐츠 실험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처럼 사용자 선택에 따라 작품의 결과가 바뀌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결말은 극장에 걸고, 나머지는 OTT로 제공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은정진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