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리들이 반도체 공장을 자국에 건립하는 방안을 두고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와 협상 중이라고 보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반도체 공급사슬이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인텔의 정책·기술부문 부회장인 그렉 슬레이터는 "좋은 기회"라면서 "상업적으로도 과거보다 시기도 좋고 수요도 많다"고 말했다.
WSJ는 TSMC의 경우 자사의 주요 고객인 애플뿐 아니라 미국 상부무, 국방부와도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짓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미국을 포함한 모든 장소를 평가하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WSJ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 또한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도록 위탁생산(CMO) 시설을 확대하는 방안에도 미국 관리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설)를 짓는 방안은 그동안 계속 논의돼왔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아시아 공급사실이 흔들릴 수 있는 데다 미국 국방산업의 반도체 자급이 어렵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탄력을 받는 형국이다. 미국 국방부는 2019년 '초소형전자공학(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공급사슬과 국가안보의 관련성'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대만, 중국, 한국을 전체 미국 디지털 경제의 의존성을 대변하는 3대 축이라고 지목했다. 대만에 대해선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중요한 기술기업들의 대다수를 한꺼번에 멈춰버릴 수 있는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방부는 군사장비에 첨단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반도체에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맥락에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군사 용도가 아닐 때 미국 기업이 허가를 얻지 않고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도록 하는 제도를 폐기했고,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TSMC에서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WSJ은 미국 관리들과 기업 임원들이 자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자급자족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산업 지형이 워낙 복잡한 데다 계획 집행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단체인 반도체산업협회가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자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정부에 수백억 달러의 기금 출연을 권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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