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백악관 근무자의 코로나19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일 대통령의 시중을 드는 파견 군인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알려진 데 이어 8일에는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인 케이티 밀러가 감염된 사실이 전해졌다.

요인 경호 업무 등을 담당하는 국토안보부 비밀경호국 소속 대원 11명이 양성 판정을 받고 60명이 자가격리 상태지만 이들 중 누가 최근 백악관에서 근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백악관 참모들은 8일 백악관 행정팀으로부터 원격근무를 최대한 실행하고 가능하면 떨어져서 일하라는 지침을 전달받았다.

또 워싱턴을 떠날 경우 14일간 자가격리를 하고 모든 여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이 지침은 양성으로 추정될 경우 백악관 의료팀이 접촉자를 추적해 통보하는 작업을 한다고도 밝혔다.

7일에는 보좌진이 대통령 집무실의 바깥 문을 닫고 비밀경호국과 백악관 관리들도 대통령 집무실에 있는 인원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또 백악관 방문객은 들어가기 전 증상 리스트에 관한 질문을 받고 백악관 직원들의 사무실이 있는 '이스트 윙' 근무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웨스트윙'의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 아래 근무하는 직원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추가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일관되고 종합적인 대응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멤버인 로버트 레드필드 식품의약국(FDA) 국장과 스티븐 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양성 판정자에게 노출됐다며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도 완화된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좌장인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TF의 다른 구성원이 자가격리에 나선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또 일부 백악관 참모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권장 받았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펜스 부통령과 함께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보좌진도 격리 조치를 하진 않는다고 WP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상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억제에서 경제 정상화 쪽으로 초점을 옮겨가면서 파우치 소장이나 데비 벅스 백악관 조정관 등 보건 전문가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는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부 내 보건 전문가들의 의회 증언 요청이 백악관에 의해 일부 거부되는가 하면 코로나19 TF 언론 브리핑이 열리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 반론도 불사한 이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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