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지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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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감지됐습니다. 올해 12월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란 베팅이 크게 늘어난 겁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가 "(네거티브 금리를) 한 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만한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라고 일갈한 뒤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내년 6월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을 예상하는 베팅이 상당합니다. 이는 최악의 4월 실업률 발표를 앞두고 이뤄졌습니다. Fed가 이미 여러 번 네거티브 금리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어왔는데도 이런 베팅이 늘어나자 미 국채 시장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됐습니다.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지난 8일 장중 사상 최저인 0.085%까지 급락한 것입니다.
국채 시장이 출렁이자 Fed는 8일 제롬 파월 의장이 오는 13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주최의 웹캐스트에 나선다고 알렸습니다. 그리고 2년물 금리는 크게 올라 6일 수준을 되찾았습니다. 과연 일부 금리 트레이더들이 돈 욕심에 이런 무리한 베팅에 나선 것일까요? 아니면 미국의 경제 상황이 정말 유럽이나 일본처럼 기준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려야할 만큼 나쁘다고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다음 주 뉴욕 증시 이슈와 관련해 한국경제TV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어떤 말을 할 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질문1> 암울한 경제지표와는 달리 미 증시는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인데요. 지난주 특징부터 짚어주시죠.
뉴욕 증시는 지난주에도 6일 수요일만 제외하고 4거래일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미국 각 주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시작된 경제 재개 움직임에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진 덕분입니다.
워런 버핏의 항공주 손절매 사실이 알려지고, 미·중 무역전쟁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나쁜 소식도 나왔습니다. 4월 실업률이 집계 이래 최고인 14.7%로 치솟는 등 경제 지표가 줄줄이 최악으로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경제 재개 희망에 베팅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은 지난 8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통화해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우려가 약간 수그러들었습니다. 또 재앙같은 4월 실업률 속에서도 실업자 2050만명 중 78%인 1600만명이 '일시해고' 상태로 집계돼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실업률이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이란 희망을 품게 했습니다.
4월말 한 때 주춤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알파벳, 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주가 지난주 내내 다시 오름세를 지속하며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 주 동안 다우 지수는 2.56%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5%, 나스닥은 6% 상승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 뉴욕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를 넘습니다. 1분기 기업 이익은 13.6% 감소해 2009년 3분기의 -15.7% 이후 최악으로 떨어졌습니다. 2분기는 이익과 지표가 1분기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나스닥이 올들어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증시가 달아오르자 월가에선 향후 증시 향방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씨티그룹의 경우 부정적입니다. 씨티는 "미 중앙은행(Fed)이 제공하는 충분한 유동성과 대규모 정책 대응이 시장 상승에 기여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오를 수 있을 지 확실하지 않다. 차갑고 어려운 경제 현실이 다시 닥치면 위험자산은 깨지기 쉬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반면 JP모간은 증시 상승은 정당화할 수 있으며, 계속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JP모간은 “경제 활동의 붕괴는 역사적 수준이지만, 그 영향을 완화하려는 정책 대응도 마찬가지”라며 "경제가 재개되고 전례없는 정책 지원이 계속되면서 위험자산이 계속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상승 속도는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질문2> 애플이 중국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던데, 어떤 상황입니까?
닛케이아시안리뷰에서 보도한 내용인데요. 애플이 지난 3월 초부터 무선이어폰 에어팟의 생산 물량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겼다는 겁니다. 중국에서만 생산하던 기본형 에어팟의 약 30%인 300만∼400만 개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애플은 아이폰 등 제품을 폭스콘, 페가트론 등 전자제품 제조서비스(EMS)업체에 맡겨 생산해왔습니다. 폭스콘 등은 중국에 거대 공장을 세우고 생산·납품해왔지요. 변화 조짐이 나타난 건 2018년부터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자 애플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제조된 기기를 미국으로 들여올 때 관세를 물게 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 생산을 다른 나라로 옮기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애플은 지난 1월15일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체결된 뒤 탈중국 노력을 잠시 늦췄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다시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중국이 봉쇄됐을 때 생산 다각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덕분입니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의 노력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기업의 중국 내 공급망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일본과 한국, 호주, 인도, 베트남 등 우호적 국가들과 협력해 공급망을 새로 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급망을 동맹국으로 옮겨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입니다. 백악관은 중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미국 기업이 미국이나 동맹국으로 이전할 경우 그 비용만큼 세금을 공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반도체 자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같은 사태로 인한 공급망 혼란 재발을 막기 위해 TSMC, 삼성전자 등의 공장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려는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대만 등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죠.
단순히 상업적 의도가 아니라 미 국방부까지 개입돼 국가안보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대만과 중국, 한국은 미국의 디지털 경제의 삼각 의존 축”이라며 “미국이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한국 기업의 유턴을 촉진하고 해외 첨단산업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는데요. 미국이 파운드리 등 반도체를 빼내어간다면 이런 전략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 지 우려됩니다.
질문3> 이번주 눈여겨봐야할 일정, 이벤트를 종합해서 말씀해주세요.
뉴욕 증시 상승 배경엔 경제 봉쇄가 풀린다는 희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의 미국인 감염 통계를 보면 그동안 가장 많았던 뉴욕에선 감염자 증가세가 정점을 찍고 확연히 떨어지고 있지만, 그 외 다른 지역에선 아직도 증가세가 계속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추세는 경제 재가동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4월 실업률은 14.7%까지 높아졌지요. 지표 악화 속에 지난 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내년 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을 약 3분의1 확률로 베팅했습니다. 금리 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도 지난 8일 장중 한 때 사상 최저인 0.085%까지 떨어졌습니다. Fed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배제해왔지만 시장이 앞서가기 시작한 겁니다.
이 때문인지, Fed가 지난 8일 갑자기 제롬 파월 의장의 연설을 예고했습니다.
오는 13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주최의 웹캐스트에 나서는 것인데요.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와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강합니다. 이번 주 지표로는 12일 4월 소비자물가지수와 13일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발표됩니다. 14일에는 주간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나옵니다. 또 15일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지표가 공개됩니다. 소매판매는 경제 봉쇄가 2주 지속된 지난 3월 전월대비 8.7% 급감했었는데요. 봉쇄가 한달 내내 이어진 4월 감소폭은 10% 초중반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4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발표됩니다. 1분기 어닝시즌은 이미 S&P 500 기업의 85% 가량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막바지에 달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메리어트, 시스코 등이 주목할만한 기업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