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에도 이동통신사들은 올해 1분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주력사업인 로밍 서비스가 직격탄을 맞고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됐지만 ‘언택트(비대면)’ 경제 활성화가 호재로 작용했다. 데이터 이용량이 늘어나고 인터넷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미디어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통신사, 집콕 덕분에 1분기 실적 '선방'…모바일·IPTV 등 언택트 사업 수익 짭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 7일, 8일 각각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13일에는 KT가 실적을 발표한다. LG유플러스는 올 1분기 매출 3조2866억원, 영업이익 21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1.9% 늘었고, 영업이익은 11.5%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자회사로 편입한 LG헬로비전의 서비스 수익(2320억원)이 연결손익계산서에 반영되면서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SK텔레콤은 올 1분기 매출 4조4504억원, 영업이익 3020억원, 순이익 3068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4% 줄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5세대(5G) 네트워크 투자비용의 영향이라는 게 SK텔레콤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는 13일 실적을 발표하는 KT도 3000억원대 후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코로나19 악재에 어느 정도 ‘선방’한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됐음에도 통신사들이 성장세를 이어간 데는 언택트 사업의 역할이 컸다. 실내 활동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소액결제, 주문형 비디오(VOD) 시청,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났다. SK브로드밴드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8235억원을 기록했다.

5G 가입자는 올초 세웠던 목표치보다 낮지만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5G 가입자는 588만1177명으로 전월 대비 9.06% 증가했다. SK텔레콤이 264만7452명으로 전월 대비 9% 늘었다. KT는 177만8437명으로 전월 대비 8.8%, LG유플러스는 145만4444명으로 전월 대비 8.5% 증가했다.

통신사들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고비는 2분기다. 업계에서는 2분기에도 비교적 무난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수업 확대, 실내활동 증가로 5G 및 미디어 콘텐츠 소비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마케팅비용 감소 기대, 통신사들이 요금 결정력을 보유하게 되는 점 등은 통신사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사들은 2분기 이후 성적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놓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사업보고서 공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5G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가 사업 및 재무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도한 동시 접속으로 인한 서비스 성능 저하 및 중단,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 장비 비용 증가, 불안정한 금융 시장으로 인한 효율적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이 악재로 꼽혔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통신사들이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지만 여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휴대폰 여러 개를 쓰던 사람이 하나만 남기고 정리하거나 요금제를 하향 조정하는 움직임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