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확진자에 학부모 '분노'…원어민강사에도 불안감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대전 중구의 한 유흥업소 출입구 앞에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당신도 사람입니까. 어린아이들, 중고등학생들 밖에도 못나가고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는데 이태원가서 춤추고 확진자 돼서 좋겠네요. 미안한 줄 아세요."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해당 아파트 주민이 이를 비난하는 대자보를 붙인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아파트에는 이태원 클럽에 갔다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20대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아파트에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를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어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 출처 경기일보)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현재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75명이고 이중 서울에서 49명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태원발 확진자의 전파속도가 빠르고 감염력이 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를 비난하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개학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전국적으로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지 얼마되지 않아 다시금 대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학생들이 개학도 못하고 집에서 코로나19의 진정세만 바라고 있던 상황에서 유흥업소 확진자 다량발생은 방역당국은 물론 국민들의 허탈감을 더했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된 '블랙 수면방'이 성소수자들의 집합소로 알려졌다.

강남구는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다녀와 확진된 경기도 안양시 23번 확진자와 양평군 거주자이면서 서울의 648번 확진자로 등록된 환자가 신논현역 3번 출구 옆 '블랙 수면방'을 방문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9일 밝혔다.

서울시는 9일 서울 시내 모든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명령을 발령했다. (사진=뉴스1)

두 확진자는 4일 0시 30분부터 5일 오전 8시 30분까지 봉은사로1길 6에 위치한 이 업소에 머물렀다. 이 업소는 성 소수자들이 모이는 장소로 알려졌다.

구는 업소를 방역 소독한 뒤 자진 폐쇄하도록 했으며 이 장소와 관련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 학부모는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 학교는 안보내도 학원들은 다 보내는데 이태원 사태 이후 걱정이 커졌다"면서 "원어민 강사들이 이태원, 홍대 등에 많이 가지 않나"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맘카페 중심으로 "이태원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 영어학원 보내기 불안하다", "영어유치원 원어민 강사 동선을 알 길이 없다"는 글들이 게재됐다.

학부모들은 "영어학원이 제일 걱정된다. 원어민 강사들은 대부분 이태원 같은데서 논다던데. 젊은 선생님들, 원어민 선생님들 동선을 일일이 확인할 방법도 없고 학원을 또 쉬어야하나 고민중이다", "원어민강사들 이태원 정말 많이간다. 1~2주 상황 지켜보고 판단하는게 좋을 것 같다", "저도 이번주 영어유치원 안 보내기로 했다. 전수조사 한다고한들 못믿겠다", "대학생, 학교종사자, 학원강사, 원어민교사 이태원출입 전부 조사한 후 결과보고 결정해야 한다. 등교하기 너무 무섭다", "원어민 강사들이라고 다 이태원 가지는 않는다. 한국인들이 더 문제다", "원어민 강사들 이태원 자주 간다고 하고 클럽 다니는 이모삼촌언니오빠들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개학이 두렵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학원 내 원어민 강사가 이태원 등지에 방문한 적이 없는지 확인바란다"는 문의가 학원으로 쇄도하자 학원 측은 "학원 모든 교직원들에게 일일이 발열 체크를 한 결과 이상이 없다"면서 "외국인 강사 중에도 이태원 유흥주점 및 클럽 방문자가 전혀 없다"는 공지 문자를 보내는 등 불안감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한국학원총연합회에 원어민 강사의 동선 파악과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를 다시 한번 부탁하고, 이번 주에 점검을 다니며 학원장에게도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