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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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롯데 소공동본점과 현대 압구정본점, 신세계 강남점 등 서울 주요 백화점 앞에서는 보기 드문 ‘오픈런’ 상황이 벌어졌다. 오픈런이란 백화점 문을 여는 오전 10시30분 전부터 줄을 섰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뜻한다. 샤넬이 11일부터 가격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손님들이었다. 이달 초 루이비통 셀린느 티파니 등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을 앞두고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억눌렸던 명품 소비가 폭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명품 브랜드들이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 이 같은 오픈런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명품 브랜드들은 해마다 적게는 한두 번, 많게는 서너 번씩 가격을 인상해왔다. 연초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수십 개 브랜드가 일제히 가격을 올리곤 한다. 올 들어서는 좀 뜸하다가 최근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틈을 타 루이비통 고야드 셀린느 티파니 불가리 롤렉스 등의 브랜드가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한국 시장에는 명품을 사는 ‘큰손’이 많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명품시장 규모는 전 세계 여덟 번째다.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6% 증가한 14조829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명품 소비자들은 시장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 심리가 들썩인다. 네이버 카페에는 ‘신세계 센텀에 보이백 들어옴’ ‘에비뉴엘에서 시즌백 구입’ 등의 게시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명품 가격 인상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어차피 가격이 오를 건데 미리 사두는 게 이득” “‘샤테크(샤넬+재테크)’나 ‘롤테크(롤렉스+재테크)’가 현명한 투자 방법”이라는 등의 투자 심리가 작동한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과시적 소비를 위한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도 한몫하고 있다. 남들이 쉽게 못 사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산다는 만족감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품가격 오르기 전 싹쓸이"…백화점 몰려든 '샤테크族'
아쉬운 것은 투명성이다. 명품업체들은 가격 인상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정확히 몇 % 올린다는 공지도 없다. 그냥 가격을 올리면서 △본사의 정책 변화 △환율 변동 △제품 원가 상승 등 원론적인 이유를 댈 뿐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투명하지 않은 가격 마케팅으로 오픈런이나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spop@hankyung.com